“폭염·불과의 사투 … 방화복만 입어도 탈진”
“폭염·불과의 사투 … 방화복만 입어도 탈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2.07.06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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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주서부소방서 소방관 '고된 여름나기'
안전화·공기호흡기 등 장비 무게만 25㎏ 달해
화재현장 방화복 착용 땐 체감온도 45도 이상
재난회복 차량 전국 2대 뿐 … 도입 확대 시급
박상현 소방교와 나경진 소방사가 6일 오후 청주서부소방서 내 4층 높이 훈련탑을 오르고 있다. /이주현기자
박상현 소방교와 나경진 소방사가 6일 오후 청주서부소방서 내 4층 높이 훈련탑을 오르고 있다. /이주현기자

 

박상현 소방교, 나경진 소방사
박상현 소방교, 나경진 소방사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화마(火魔)와 싸우는 충북도내 소방관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7일째 폭염특보가 내려진 6일 오후 2시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소재 청주서부소방서.

오송읍 화재 출동을 나갔다 복귀한 나경진(33) 소방사가 방화헬맷을 벗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낮 온도는 34.5도.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 땀이 맺히는데 25㎏이 넘는 방화복과 안전장구까지 착용하니 체력 소모는 더욱 컸다.

34도가 넘는 날에 방화복을 입고 출동하는 소방관들은 온몸이 땀으로 젖고, 심하면 탈진 현상도 발생한다.

평소 복싱과 헬스로 체력 관리를 하는 나 소방사도 여름철 화재 현장 출동이 가장 버겁다고 한다.

나 소방사는 “여름철 화재 현장에 투입되면 흡사 방 안에 보일러를 틀어 놓고 이불 세 겹을 두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폭염 속 소방관들이 겪는 어려움을 체험하기 위해 나 소방사와 박상현(29) 소방교와 함께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실제 화재현장 출동 시 착용하는 의복과 장구류를 차고 4층(11m) 높이의 훈련탑을 걸어서 10번 왕복한 뒤 전·후 체온 변화를 측정했다.

방화복의 무게와 두께는 상당했다. 방화헬멧과 방화복, 안전화, 공기호흡기, 연기투시기, 무전기 등을 착용하니 그 무게만 25㎏가 넘었다.

500도 이상의 불길 속에서 1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방화복은 무게만 4㎏다. 안전화는 3㎏, 산소통은 12㎏쯤 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지만,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심했다. 방화복만 입었는데도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외부열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45도 이상이라고 박 소방교는 설명했다.

두 소방관의 실험 전 체온은 36.5도. 방화복 등을 입은 뒤 4층 높이의 훈련탑을 10번 왕복하니 체온이 42도까지 올랐다.

이들은 실제 화재현장에서 불길을 마주하면 체감온도가 `45도'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 놓인 소방관들을 위해 정부가 최근 도입한 것이 재난회복 차량이다. 한 번에 30명까지 쉴 수 있는 침대와 침낭, 에어컨,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다. 산소 공급시설도 있어 탈진한 소방관들에게 응급처치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차량은 영남과 호남 등 전국에 단 2대뿐이다.

도내 한 소방관은 “재난회복 차량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현재 화재현장에서 탈진하지 않도록 개개인이 건강관리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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