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모네: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7.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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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중학교 3학년 때 미술반이었다. 클럽활동 날에 친구들과 스케치하겠다며 학교를 마음껏 돌아다녔다. 매우 잘 그리는 솜씨가 아니었던 나는 그림에 대한 기억보단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과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미술반 아이들의 작품을 일일이 손봐주시고 낙관을 직접 만들어 찍어주시던 선생님은 내가 만나 본 첫 번째 `화가'이자 `예술가'였다. 아직도 수업 중에 필요한 설명을 위한 그림일지라도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그리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예술은 숙제 같다. 잘 알고 잘하고 싶지만, 매번 어렵다. 사조는 왜 이렇게 많고 이름도 어렵다. 모더니즘과 포스터모더니즘의 경계도 모르겠고 해체주의는 뭐라는 건지 미술관련 책을 읽어도 늘 새롭기만 하다. 시험을 위한 미술공부를 했던 나는 미술의 역사는 곧잘 리셋되버린다.

도서 `모네: 빛과 색으로 완성한 회화의 혁명'(허나영 저, 아르떼, 2019)은 모네의 삶을 통해 인상주의를 제대로 알려준 책이다. 빛의 색을 표현하고자 했던 모네의 삶을 빛만 보고 달려가는 불나방 갔다. 부인의 죽음 앞에서 찰나의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풍경을 놓칠세라 여러 개의 캔버스를 가지고 다니며 작품활동을 하였다.

모네는 흔들림 없이 빛의 색을 연구하고 작품으로 표현했다. 인상주의가 혹평을 받았을 때도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시기에도 그의 작품에 대한 신념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열정이 회화에서 사조를 만들고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 수 있었다.

모네 하면 많은 사람이 `수련'을 생각한다. 내가 처음 봤던 수련은 형태가 뭉개지고 색이 뒤섞여 있었다. 유명하고 값진 작품이라 하니 오래도록 보고 있었지만, 그 작품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겹겹이 쌓인 붓질만큼 머리는 복잡했다. 얼마 전 또 다른 `수련'을 만났다. 까만 방 안에서 어디까지가 작품이고 어디까지가 디지털 효과인지 모를 그곳에서 수련을 보고 있으니 지베르니의 모네 집에 있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창문 넘어 보이는 연꽃 가득한 연못을 모네도 같은 눈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인상주의를 몰라도 빛의 색을 몰라도 모네의 작품은 나를 100년 전 그곳으로 데리고 가 마음의 평온함을 주었다.

모네는 우리가 함께 보고 있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매일 보아도 순간순간 달라지는 자연에 매료된 그는 빛과 우리 사이에 있는 그것을 담으려 무던히 애썼다.

빛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둠을 밝히는 빛의 고유한 능력 말고도 우리는 무던히 빛을 쫓는다. 빛이 잘 스며드는 집을 좋아하고,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며, 햇빛을 못 보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모네는 색으로 빛을 그린 사람이다. 빛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알려주는 걸까? 오늘의 빛은 나에게 어떤 색으로 말을 걸고 있을까? 눈부시게 쨍한 더위를 주는 요즘 빛은 다채로운 색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우린 그것을 제대로 보고 누리고 있는 걸까? 모든 빛깔과 색이 고마워진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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