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평화의 땅 철원을 다시 찾다
분단과 평화의 땅 철원을 다시 찾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06.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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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호국보훈의 달, 철원을 찾기로 했습니다.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미래가 불확실했던 20대 후반에 3년간 자주포 소대장을 지내면서 청춘을 쏟아부었습니다. 철원! 한때는 구석구석이 제 거처였지만, 지금은 아스라이 북녘과 가까운 땅. 8년 만에 찾은 철원에서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춘천의 숙소 바로 앞 공지천 유원지에 에티오피아군 참전기념 전적비가 있습니다. 16개국의 전투병력 참전국 모두가 그렇듯 생면부지의 먼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렸던 에티오피아.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다쳤습니다. 우리는 에티오피아를 커피의 원산이나 명품커피로만 기억할 수 없습니다. 참전국과 군인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 유가족을 통해 한국과의 긴밀한 유대가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보훈외교일 것입니다.

철원으로 가는 길목에 38선 기념비가 있습니다. 일본의 항복은 우리의 독립으로 이어졌으나, 참담하게도 냉전의 시작으로 38선이 군사분계선이 되어 사실상 분단이 시작됩니다. 1953년 7월 27일의 휴전협정으로 38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고, 약 248㎞의 휴전선으로 군사분계선이 대체됩니다.

철원의 지리적 특성상 호국보훈 관련 전적지가 대부분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어 고석정 유원지에 있는 평화관광센터에서 현장예약을 해야 출입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진입하면서 곳곳에 원시 숲의 둘레마다 지뢰 지대임을 알리는 철조망 표지판이 눈에 띄고, 여기저기 전쟁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평화전망대에 닿습니다. 남방한계선에 바로 근접해 비무장지대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망원경을 통해 북한군 초소에 인민군이 인공기 밑에 나와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개인 터라 멀리 북녘의 땅 평강을 봅니다. 지금은 아군 청성부대 6사단, 적군 4사단. 사진 멀리 왼쪽에서부터 높이 솟은 김일성고지, 백마고지, 피의능선, 해발 350m의 평강고원과 궁예의 태봉국 도성지, 낙타고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천 년도 넘은 중세의 역사와 70여 년 전의 현대사가 교차합니다. 미래는 어떨까요. 북녘과 가까운 이 철원 땅에서 평화와 통일의 미래가 가능할까요?

평화전망대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월정리 역이 있습니다. 남한 내 경원선의 마지막 폐 역으로, 당시 달리던 기차의 잔해가 아련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서울에서 원산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유네스코 평화공원이 된 비무장지대를 즐기며, 금강산과 원산으로 향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월정리 역에서 외길로 나가면 노동당사를 마주하는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의 영상의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도 기억합니다.

철원 노동당사에서 연천 방향으로 가까운 거리에 고지전을 상징하는 유명한 백마고지와 그 전적비를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도 점령군이 바뀌고, 수 만발의 포탄으로 하얗게 민둥의 낯을 드러낸 것이 백마의 모습과 같다 하여 백마고지로 명명되었습니다. 결국 국군 9사단이 승리하였고, 이를 이유로 9사단이 백마부대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36년에 가까운 일제강점의 역사로부터 벗어났어도 온전한 독립국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온전한 독립을 이루고자 남침으로부터 자유와 영토를 지킨 호국영령 한 분도 잊히지 않고 예우되도록 국가가 진력을 다해야 하고, 보훈은 호국의 역사에 최소한이나마 보은하는 것입니다. 호국보훈은 국민과 국론을 통합시키는 힘이고,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또 통일이란 우리의 의사에 의하지 않았던 분단을 우리의 의사에 의해 호국영령의 희생과 헌신을 받들어 극복해내는 완전한 독립입니다. 철원은 사람과 자연이 만나고, 전쟁과 평화의 역사, 현재, 미래가 만나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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