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歷보다는 學力에 눈을 돌리자
學歷보다는 學力에 눈을 돌리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2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영 일 <대표이사 사장>

요즘 일부 유명인사들의 대학관련 문제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주로 예능관련 인사들이지만 건축계와 종교계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관련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만큼 허위 학력이 공개되는데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크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문제제기에 이어 당사자들의 반응은 물론 대학의 확인절차, 그리고 댓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그 내용이 상세히 전달된다.

과거에 학력속임 현상이 있었던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투명치 못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투명사회로 진입하니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사안들이 공개되는 것이다. 학력(學歷)을 속이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그렇지만 그 이면을 볼 때 번듯한 학위가 없어도 특정 분야에 대한 학력(學力)을 인정하고 이런 것을 조장하는 사회적 풍토를 우리 스스로 만들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학력을 자의든 타의든 속이는 행위가 왜 나타날까. 이런 물음에 대한 정답은 아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공개한 '사교육의 효과, 수요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같다. KDI가 지난 2004년 12월 전국의 인문계 고등학생과 그 학부모 3000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을 한 연구결과, 월 평균임금에서 고졸 108만원, 전문대졸 117만원, 대졸 157만원, 석사 206만원, 박사 275만원으로 고학력일수록 임금이 증가했다.

또한 學歷을 쌓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학부모나 학생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부모와 학생의 90%정도가 과외가 대학입시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과외 학습에 투자한 비용을 생각해도 88%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인력 채용시 개인의 능력보다는 학교의 서열이나 평판을 더 중시한다고 60% 정도가 응답한 것으로 보아 '간판'을 따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가 깊이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든 學力보다는 學歷을 갖추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눈을 잠시 지그시 감고 學歷을 높일 수만 있다면 수입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學力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도 學力을 인정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만 있었어도 이런 허위학력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지난 것이 드러난 것이지만, 그동안 이들이 學力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얼마나 원망했겠는가 곱씹을 때이다.

學力에 대해 진솔한 면을 드러낸 사건()이 하나 있다. 서울대학교 공대가 21일 2학기 신임교수를 공채하려 했으나 지원자 전원이 '학문적 성취가 부족하다'는 부적합 판정을 받아 교수채용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 낸 기계항공공학부를 비롯한 5개 학부(과)에서 7명의 교수를 채용한다는 공고에 40명이 넘게 응모했으나 서류심사와 심층인터뷰를 통과한 응모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교수지망생들의 실력이 형편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난 98년 IMF사태 이후 기업체나 국책연구기관 할 것없이 이공계출신 연구원들을 우선 정리했다. 사태를 '이공계 감원'으로 피하자는 술책을 쓴 것이다. 이것이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채질했고, 마지못해 정부에서 이공계 대통령장학금이라는 제도까지 만들어냈으나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이공계출신을 우대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공계를 기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또 유학파들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귀국을 꺼리거나 보수가 나은 대기업을 택하기 때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력을 키우는 일에 힘을 쏟는 젊은이들이 각 분야에 숨어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지난날 '서태지신드롬'에서 그 일면을 우리는 봤다. 공부보다는 노래에 인생을 걸어 성공한 사례다. 자기만의 실력을 사회가 인정하게 되면 학력을 속이려는 부류가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졸업장에 관계없이 제대로 대접하고, 정말로 실력있는 이들이 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