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리는 개혁 아니길
변죽만 울리는 개혁 아니길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6.28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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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새 정부에 들어서자마자 공공기관(공기업 포함)의 방만 경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적 공분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은 “과감하게 칼을 대서라도 공공기관의 개혁을 이루겠다”고 작심 선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심의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심각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350여 공공기관 중 경영실적평가에서 유일하게 S등급(탁월)을 받은 곳은 ㈜한국동서발전 단 한 곳 뿐이다.

A등급(우수)을 받은 공공기관은 7곳 뿐이고 B등급(양호)을 받은 공공기관 역시 9곳에 불과했다. 한국마사회 등 15곳은 미흡, 코레일 등 3곳은 아예 낙제점을 받았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사례는 온 국민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국가스공사는 사옥을 키우고 축구장 등의 편의시설 공사에만 3000여억원을 썼다. 한국도로공사도 신사옥 절반을 수영장 등의 특수시설로 채웠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한국전력은 심각한 적자 속에서도 사장들이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챙겼다. 한국관광공사 임원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 관광객이 전무한 상황 속에서도 성과급을 챙겨갔다.

이 같은 방만 경영으로 인해 공공기관의 부채는 6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올해 정부예산 총지출 604조4000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 운영 총예산만 연간 751조원이다. 이 또한 올해 정부예산 총지출보다 100조원이 많은 금액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에 약 100조원을 지원한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있어 걱정을 붙들어 맸다. 적자를 내도 정부가 든든한 뒷 백이 되어주고 있으니 빚잔치를 해서라도 잘 먹고 잘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방만 경영 속에서도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꾸준히 늘어나 4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중소기업의 두 배를 웃돈다. 연봉이 두둑한 공공기관은 청년들이 신망하는 신의 직장이 됐다. 이 같은 폐단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공공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이를 잘 말해주 듯 정부는 3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막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전기요금 뿐만 아니라 가스요금도 함께 인상했다. 가뜩이나 고물가 경제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는 국민들은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매게 생겼다.

정부는 이달 안에 `공공기관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350개 공공기관에 혁신지침을 하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방만 경영에 자정 노력을 하지 않는 공공기관에는 철퇴를 내리겠다고도 경고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기대반 의심반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문재인 정권 때도 방만 경영을 일삼은 공공기관을 향해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낙하산·보은 인사만 난무했고 빚만 산더미처럼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생활고에 단 돈 10원이라도 보탬이 되는 개혁,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진짜 개혁을 바라고 있다.

민생과 밀접한 전기세, 가스비, 수도세, 기름 값, 교통비, 주거비, 의료보험·국민연금, 병원비, 대출이자 등이 인하되는 개혁만으로도 국민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공공기관 개혁 시도가 과거 정권처럼 변죽만 울리는 개혁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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