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찰이 비겁한 이유
충북 경찰이 비겁한 이유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6.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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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공무원들의 탈선과 비리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전국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과연 공복(公僕)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성매매부터 시민 폭행, 횡령 등 일일이 꼽기 어렵다.

대민업무의 최일선 현장에 근무하는 행정직 공무원은 물론 민생 치안의 보루이자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관조차 되레 치안을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충북의 공직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어찌 보면 전국적으로 `청정 충북'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북교육청 공무원의 여중생 성매매 사건은 충격 그 자체다. 공무원 유모씨(42)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포주에게 접근한 뒤 2차례에 걸쳐 13세 여중생과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해당 여중생에게 13만~15만원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충북의 경찰관들도 마찬가지다.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것은 이제 `별것 아닌 실수'로 치부될 만큼 경찰의 비위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근절 분위기가 고조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법 집행 주체인 경찰이 되레 위법을 저지르는 모양새다.

지난 연말 청주의 한 지구대에서 있었던 몰래카메라 사건은 충북을 넘어 전국에 큰 충격을 줬다. 행위자가 다름 아닌 현직 경찰관이었다. 경사 계급이던 A씨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한 달간 자신이 근무하던 청주청원경찰서 관할 모 지구대 2층 남녀 공용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뒤 동료 여경을 불법 촬영하고 성추행까지 했다.

시민의 안전한 사회환경을 책임져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안전을 해치는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비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5년간 충북의 비리 공무원 475명 가운데 236명이 견책처분을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고작 39명이다. 강등 14명, 해임 18명, 파면 7명이다.

솜방망이 처벌을 놓고 어느 조직보다 자정능력이 뛰어나다고 자신하는 경찰, 그것도 충북 경찰을 아프게 꼬집어보고 싶다.

얼마 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청주흥덕서 소속 김모 경감이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서조차 그의 징계 수위를 놓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 처분을 했다는 시각이 짙다.

경찰 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는 음주운전으로 인적·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낸 경찰관은 해임 또는 강등 징계를 받게 돼 있다.

김 경감은 상대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다쳤는데도 규칙에서 정한 징계가 아닌 그보다 낮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정직은 중징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는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진단서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받아냈다고 한다.

징계위원회는 피해자의 진단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강등보다 낮은 정직 처분을 내렸다.

조직이 정한 규칙을 스스로 깨버린 것으로 `피해자 합의'를 운운하는 충북 경찰의 해명이 비겁하기만 하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공직만큼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확실해야 한다. 책임 있는 이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공직 기관으로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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