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보기를 돌같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6.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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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돈과 금은보화 등의 재물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황금을 돌같이 보라는 가르침은, 재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한 말일 뿐이다. 따라서 황금을 돌같이 보라는 말은, 병에 따른 약일 뿐, 모든 경우와 통용되는 일용할 양식이 아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된 현대 사회에서는 돈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없다면, 우리 몸에 피가 부족한 것과 같다. 따라서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만 한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은, 지나치게 돈을 추구하면서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일 뿐, 돈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불필요한 존재라는 말이 아님은 너무나 분명하다. 졸리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잠이 아니라 밥을 먹어야 하듯, 돈이 필요할 땐 돈 버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밖에 수행 및 사회봉사 활동 취미활동 등을 할 때는, 그 일에 집중할 뿐, 무조건 돈을 멀리해야 한다는 우물 속에 갇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신도들에게는 돈 욕심부리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보시나 헌금 등을 잘해야만 복을 받는다며, 은근슬쩍 보시나 헌금을 부추기며 교회나 절을 키우려는 제 욕심을 채우는데 급급한 무늬뿐인 성직자들은 하루속히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참다운 종교인이라면, 땀 흘려 돈 버는 노력에는 소홀한 채, 하느님 부처님의 도움으로 큰돈을 벌고자 하거나, 천국 및 극락행 티켓을 예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시와 헌금을 오-남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국가에 내는 세금의 성격을 내포한 십일조라는 오래전의 구습에 따라, 아직도 획일적인 십일조 헌금을 강요하는 교회가 있다면, 신도들 각자의 형편에 따른 자발적 헌금이 가능토록 과감하게 낡은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인 십일조를 강요하는 일이 근절됨으로써, 수백-수천억 원을 버는 부자가 십일조를 하지 않아도 돈만 잘 번다며 오만에 빠져 거들먹거리는 일도, 가난한 서민들이 십일조를 못 내고 있다는 죄책감에 불편해하는 일도 다 원천 차단돼야 할 것이다.  
 
불교의 선가에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물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일하지 않고 먹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수행 등을 핑계로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는 일은 근절돼야 한다. 성직자가 수행을 위해 한시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신도들로부터 물질적 혜택을 받는 것은 가하지만, 성직자 신분이 무슨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수행을 마친 후에는 영혼의 양식으로 신도들에게 졌던 빚을 갚아야 한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나친 돈 욕심에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기를, 또 막연히 돈을 멀리해야 하며 돈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일도 없기를 바란다. 근면 성실한 경제 활동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빛을 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면,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듯한 마음과 함께 물질을 베푸는 상행의 삶을 지향한다면, 더욱더 행복한 지구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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