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고빈 2
청세고빈 2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06.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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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뜰 앞에 핀 한 무더기 꽃

그 빛깔 선명하기가 어떤 꽃보다 낫구나!

옛적 신농씨는 뭐라 이름 하였을까?

불두화라 부르는 것이 나는 좋다네.



안녕하세요?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6월의 신록이 싱그러움을 더해가는 계절입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2 입니다.

이 공안에 등장하는 조산 선사(839~901)는 천주태생으로 동산스님의 문하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입니다. 스승 동산 선사와 함께 조동종을 창설하신 분입니다. 무주(蕪州)의 조산(曹山조산)에 거주하여 조산이라 불렀고 이름은 본적(本寂)이고 시호는 원증대사(元證大師)입니다.

이 조산 선사에게 어느 때에 청세라는 스님이 찾아와서“저는 외롭고 가난하니 스님께서 이 배고픔을 면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청합니다. 여기서 고빈(孤貧)이란 외롭고 배고프다는 뜻이 아니라 깨닫지 못해서 외롭고 배고픈 것을 뜻하지요. 이 뜨내기 스님은 조산 선사께 깨우쳐 주시기를 애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산 선사의 道力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얕은 속셈이 있었을 겁니다.

조산 선사는 이미 그의 뜻을 알고 “세사리야!” 하고 단호하게 부릅니다. 청세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 네! ” 하고 대답합니다. 이 때 조산 선사는 “청원의 백가에서 만든 술을 세 되나 먹고 아직 입술도 젖지 않았다고 하느냐!” 라고 바로 쏘아부칩니다. 심외무법(心外無法)이요 각하조고(脚下照顧)라. 마음 밖에 법이 없고 자신의 발아래를 살피라는 겁니다. 선사가 “ 세사리야!”라고 부르고 청세 스님이 “네!” 라고 하는 이 자리에서 모든 상황은 종결되어 버리고 있지요.

이 설정은 어쩌면 머리로 헤아리기에는 참으로 난감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 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으로 도인들은 이심전심 깨달아 빙그레 웃는다고 하지만 아마도 보통의 사람들은 절벽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선문답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문답은 선적인 언어로서 때로는 시적인 영감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메타포 즉 상징이나 은유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즉시 직감으로 종결되어 버리니까요.

우리가 시를 이해하려면 시인의 입장에 서야 하고, 그 시인의 입장에 서려면 시인의 사상과 시의 배경을 알아야 하듯이 말입니다.

여기서 이미 자신이 깨달음의 경지에 서 있다고 청세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은 자신만만해 하고 있었는데 조산 선사는 언하에 그를 깨버리고 맙니다.

다음 시간에는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3을 계속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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