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인사 번복 … “이·취임 여유도 없었다”
초유의 인사 번복 … “이·취임 여유도 없었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2.06.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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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치안감 인사 발표 2시간 만에 뒤집혀
대통령실·행안부·경찰청 해명마저 엇박자
정용근 충북청장-김교태 신임 밤새 이삿짐
첨부용. /사진=뉴시스
첨부용. /사진=뉴시스

 

경찰 치안감 인사가 단행된 지 불과 2시간여 만에 일부 보직이 뒤집히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자 경찰 내부가 종일 술렁였다.

정부는 지난 21일 오후 7시14분쯤 치안감 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난 오후 9시31분쯤 다시 인사 발표가 나왔다.

문제는 2차 발표 인사 대상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보직 변경 대상에는 충북 출신 치안감이 2명 포함됐다.

정용근(충주) 충북경찰청장은 애초 중앙경찰학교장에서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김학관(청주) 경찰청 기획조정관은 본청 교통국장에서 서울청 자치경찰차장으로 바뀌었다.

정용근 청장이 받은 첫 보직인 중앙경찰학교장에는 인사 명단에 없었던 경찰 골프장 예약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명교 서울청 자치경찰차장이 보임됐다.

경찰은 애초 “협의 과정에서 여러가지 인사안이 있었는데 실무자가 내부망에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버전을 올렸고, 뒤늦게 오류를 알아차렸다”며 자체 실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행정안전부의 관여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시간 후 “행안부에서 최종본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했는데 행안부에서 다른 안이 최종본이 맞다고 했다. 행안부가 잘못 보냈다”고 해명을 번복했다.

경찰은 22일 언론에 공지한 입장문에서 치안감 인사 번복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과 행안부, 경찰 간 크로스체크가 안 된 것”이라며 “세 기관이 삼각 확인을 해 맞췄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오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결재를 한번 밖에 하지 않았고 기안단계에 있는 것을 경찰청에서 인사 공지한 것”이라며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21일 오후) 10시에 딱 한 번 결재하셨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일단 대통령 결재 전에 인사안을 공지한 것은 맞다”며 “그동안 그렇게 해왔는데 앞으로는 결재 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령 시점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정해졌다.

21일 오후 늦게 인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튿날인 22일 오전 9시부로 이·취임을 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런 탓에 정용근 청장의 경우 부랴부랴 밤늦게까지 관사와 집무실 짐을 챙겼고, 10분 만에 이임식을 치르고 곧바로 충북청을 떠났다. 김교태 신임 충북경찰청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충북 경찰은 종일 술렁였다. 한 경찰 간부는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이런 인사는 처음 접했다”며 “이번 사안에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 정확한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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