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
네잎 클로버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2.06.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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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사람은 겉이 늙지 속이 늙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까지 끌어오지 않아도 습관이나 버릇으로 굳어진 일들이 내겐 많고 많다. 그중엔 무성한 클로버가 있는 곳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습성도 있다.

오늘도 예술회관 모퉁이를 지나는데 무더기무더기 토끼풀이 무성한 곳에 자꾸 눈이 간다. 마침 강의실에 갈 시간도 여유가 있는 참이어서 나는 찬찬히 토끼풀을 탐색한다. 작년 재작년엔 말끔하게 정돈된 화단이었는데 올해는 손이 모자란 탓인가, 군데군데 클로버가 무더기져 자라고 있다.

네 잎 클로버, 어릴 땐 토끼풀이라고 알고 있었다. 동그란 세 잎이 토끼 눈처럼 깜찍해서 붙여진 이름인지 귀여운 토끼들이 좋아하는 먹이풀이어선지 알 수 없지만 그 친근한 이름은 소녀시절 꽃 전설을 모아놓은 책을 읽고부터 클로버란 이름으로 대체된 기억이 새롭다.

그런가 하면 반지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르던 동네 친구도 떠오른다. 두 개의 토끼풀꽃을 엮어 반지를 만들고 서너 개를 엮어 팔찌를 만들어 손목에 묶어주던 소꿉친구, 추억이 불러낸 달콤한 향내는 정겹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제법 많은 벌이 날아들어 붕붕거린다. 나도 한 마리 벌처럼 클로버를 꼼꼼히 살핀다. 고개를 처박고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아, 네 이파리가 있다. 다섯 잎도 있다. 줄기를 따라 네 잎 클로버가 있고 또 있다. 나는 어린애처럼 신이 나서 왼손 주먹 가득 채워질 정도로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네 잎 클로버는 아무 데나 있는 것이 아니다. 있는 곳을 살펴보면 또 있다. 행운도 그런 것일까? 나폴레옹이 전장에 나가 말을 달리다가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던가? 신기해서 조세핀인가?(너무 오래 전에 알았던 전설이라 이름이 확실치 않다)하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주려고 허리를 구부린 순간,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를 스쳐갔다는. 나폴레옹의 천금 같은 생명을 구했다 해서 네 잎 클로버는 이때부터 행운이라는 의미로 사랑받게 되고 책갈피에 간직하곤 하는 클로버임을 떠올려 본다.

어쩌다 다섯 잎의 클로버를 발견할 때가 있다. 네 잎도 찾기 어려운 일인데 다섯 잎은 더더욱 찾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희귀하다고 할까? 그런 다섯 잎을 찾아 기뻐할 새도 없이 퍼뜩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언제 누가 알려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섯 잎은 불운을 상징 한다 하던가?

왜 네 잎보다 더 찾기 어려운 다섯 잎이 불운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쩌면 행운보다 불운이 적은 것이라는 의미일까?

네 잎이나 다섯 잎이나 모두 돌연변이다. 어쩌면 보리밭의 깜부기 같은 것, 즉 솎아내야 할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는 보편화의 반대편에 똬리를 튼 그 무엇이다. 찾아내기도, 뽑아내기도 어려운 적폐 같은 것,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카더라 통신>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돌연변이를 찾아 솎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전설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행운과 불운 같은 것 생각지도 따지지도 않는 원개념의 네 잎 다섯 잎 클로버, 그 희귀함을 발견한 기쁨만 소중히 생각하기로 한다

네 잎과 다섯 잎 클로버 모두 책갈피에 고이 간직한다. 어릴 때 마음 그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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