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도정의 빛과 그늘
이시종 도정의 빛과 그늘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2.06.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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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일주일 후면 이시종 충북지사의 12년 도정이 막을 내립니다.

하여 역사의 교훈이 되고 후임자에게 반면교사가 될 이시종표 충북도정의 빛과 그늘을 압축하여 조망해봅니다.

그를 한 때 도지사로 모신 적이 있는 공직후배로서, 충북의 융성을 바라는 도민의 일원으로 진정을 담아 직필하니 널리 혜량하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이시종 지사는 선거사에 길이 남을 8전 전승(충주시장 3선, 국회의원 2선, 충북지사 3선)을 한 선거의 달인이었고 충북최초의 3선 도지사였습니다.

운이 좋아서이든 역량이 출중해서이든 위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는 두 얼굴의 도지사였습니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직업공무원 출신답게 유능한 행정가였고, 내 편을 확고히 하고 이도저도 아닌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데 이골 난 내밀한 정치가였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권불십년이라는 옛말이 무색하리만큼 장기집권을 했고, 그럼에도 이렇다 할 잡음 없이 퇴임하는 걸 보면 분명 난 사람입니다.

일 중독자라 할 만큼 일벌레였는데 그게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인사권자인 도지사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니 참모들과 휘하 직원들이 따라 할 수밖에 없어서 장점이었고, 도지사가 모든 걸 챙기니 직원들의 자발성과 역동성이 떨어져서 단점이었습니다.

청탁이나 금품수수 같은 인사비리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건 박수 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일 잘하고 믿음이 간다는 명분으로 학연(청주고), 지연(충주), 직연(비서실)을 중시한 인사패턴은 그 범주에 들지 못한 대다수 직원들에게는 시련이었으니 잘했다 할 수 없음입니다.

도의 출자출연 기관장 선임은 차지하더라도 도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나 협의회에 위촉된 인사들 대부분이 측근이거나 경도된 분들을 연이어 써서 도민의 에너지를 도정용광로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변화를 외치고 추구했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구와 경제력 등 전국 3%대에 머물고 있는 도세를 4%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은 상찬 받을만합니다.

청주시와 청원군을 통합시켜 시너지를 내게 했고, 유수의 기업들을 유치하여 일자리와 인구와 세수 확대라는 세 마리 토키를 잡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렇게 12년을 죽기 살기로 뛰었음에도 4%의 벽을 넘지 못한 건 그의 한계이자 비련이었습니다.

신 수도권으로 기능할 수 시대적 흐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더라면, 세종시로 인구와 헤게모니가 빠지는데 효과적으로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 지사는 도로망 확충 같은 SOC사업을 이슈화하고 추진하는데 발군이었습니다.

재임기간 중에 수도권의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영동군과 단양군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철도 등 도내 교통망을 많이 확충하고 개선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도내 균형발전엔 물음표가 붙습니다.

충북이란 큰 틀에서 집중과 선택을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고, 농촌지역 인구감소세를 막기 어려웠기에 이해가 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무척 실망스러웠던 두 가지를 적시합니다.

그 중 하나가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과 투자입니다.

충북문화재단을 설립한 것 잘한 일이지만 하고 싶어 했다기보다는 여론에 밀려서 한 측면이 크고,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지원을 투자로 보지 않고 소비로 보는 경향이 있어 현상유지에 급급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도정에 외래어 범람입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보호하고 진작시켜야할 사명이 있음에도 글로벌시대 운운하며 외래어를 즐겨 썼습니다.

여성회관 명칭을 `충북미래여성플라자'로, 세계무예대회 명칭을 `세계무예마스터십'으로 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도정 곳곳에 창궐해 개탄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위해 헌신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당신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아니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희원하며.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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