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하세요!
너나 잘하세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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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최근 보도에 의하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서울 한복판 종로2가 종로타워 앞에 '바르게 살자'는 글귀가 새겨진 커다란 비석을 세웠다며, "거리에 '바르게 살자'고 새긴 큰 돌덩어리를 세우면 '바르게' 사는 데 도움이 될까" 묻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청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이 돌을 세울 수 있도록 사회단체보조금 1300여만원을 지원했는데,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가 행정자치부의 협의기관이고, 설치된 조형물이 공공성과 계도성을 담고 있다고 판단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고 한다. 이 단체는 지난 99년부터 이러한 비석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서울 9군데를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 300여개나 세웠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사업추진방법 가운데 "100만명 회원 확장, 1000개 표석세우기, 회가보급"이라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700개를 더 세울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어처구니가 없다. "60∼7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비석을 21세기 서울 종로에 세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조직폭력배들이 몸에 '착하게 살자'라는 문신을 새기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조형물"이라는 회사원의 생각이나, "거리는 중요한 공공재이고, 그 자체가 관광자원인데, 이 돌은 서울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종로의 경관을 망치는 흉물이다. '바르게 살자'라는 문구를 통해 시민을 계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독재의 유물이며 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조형물"이라는 대학교수의 지적도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나 잘 하세요!"다.

바르게살기협의회는 89년 '바르게살기운동지원육성법'에 따라 "서로 믿고 사랑하고 봉사하는 조화로운 사회건설을 위하여 진실, 질서, 화합을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바르게살기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민주시민 의식의 함양과 국가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거창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단체의 태동을 이해하려면, 박정희-새마을운동본부에 이어 전두환-사회정화위원회, 노태우-바르게살기협의회라는 흐름 속에서 보듯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관변단체이다. 역대정권은 이념과 정책과 상관없이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친정부 외곽조직을 지원, 선전조직으로 활용해왔으며, 새마을운동본부, 정화추진위원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등이 각 정권과 함께 차례로 쇠퇴해 왔음은 주지하는 그대로다.

차제에 두 가지를 제안코자 한다. 첫째는, 정부 및 자치단체의 사회단체지원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6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조사 발표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실태 분석결과에서 드러났듯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지원대상 선정에서부터 사후 감독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최소한의 자체 조직 운영능력도 없는 단체에 직원급여에서부터 식대까지 보조금으로 낭비케 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시급히 조형물설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비석 등 조형물을 세울 때 엄격한 심의를 통해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난립을 막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부실하고도 근거없는 내용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단체의 홍보, 나아가 단체장 등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조형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마땅히 이를 걸러 낼 장치가 없다. 더욱 이러한 조형물들이 예술성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미적 감각조차 고려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도시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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