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목소리…질투
낮은 자의 목소리…질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2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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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 일 주임신부 <초중성당>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오셀로', '햄릿', '멕베드', '리어왕'을 꼽는데, 4작품 모두 다른 인간에 대한 살의에 가까운 악의를 다루고 있다. 4작품 중 '오셀로'와 '리어왕'의 경우 악의의 동기로 '질투'라는 감정이 매우 강렬하게 표현돼 있다. 질투에 대한 감정을 예리하게 묘사한 셰익스피어는 "사형수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도끼날은 질투의 반 만큼도 예리하지 못하다"는 말로 질투의 무서움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Hesiodos) 말하길 "도공은 도공을 미워하고, 목수는 목수를 미워한다. 거지는 거지를 시기하고, 시인은 시인을 질투한다"고. 인간성의 가장 슬프고도 불행한 감정 중의 하나가 질투임에 틀림없다.

질투(嫉妬)란 한자를 풀이하면, 여자(女)의 병(病)이요, 여자(女)가 돌(石)을 쥐고 있는 모양이다. 유교 사회에서 일부다처제가 용납되며 한 남자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했던 여인들의 감정을 질투로 표현한 것이다. 질투의 라틴어 어원은 'invidia' 또는 'invidere'라고 하는데, '곁눈질로 보다' 또는 '의심쩍은 눈으로 보다'라는 뜻을 가진다. 질투를 뜻하는 영어 jealousy는 프랑스어 jalousie에서 왔다. 이 말은 그리스어의 zelos에서 유래했는데, 그 뜻은 '열정, 따뜻함, 열성, 혹은 강한 욕망'이었다. 어원인 그리스어에는 질투의 의미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불어 jalousie에는 그리스어적 의미와 함께 베네치아 유리창문이라는 뜻이 또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의 정신의학자 닐스 레터스톨은 이 2번째 뜻이 아내를 의심하게 된 남편이 아내를 몰래 훔쳐보는 상황에서 생겨났을 거라고 추론하기도 한다.

가톨릭 교회는 질투를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하신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을 어긴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른 사람의 우수함, 행운, 성공에 대해 슬퍼하거나 불만을 느끼는 '이웃사랑'에 대한 배반죄이다.

질투는 때때로 전염병과 같은 국가의 병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선정(善政)을 하더라도 그것을 비방하고 왜곡 선전함으로써 악취가 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칭찬받을 일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이런 질투는 우리나라 당파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국가 전체를 흔들어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죽였으며, 훌륭한 인재들이 질투의 제물이 되었는가!

우리 사회도 질투의 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정책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평가보다 한 인간인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비판이 판을 치고 있다. 주식이 떨어져도, 사회적 대형 사고가 나도,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당하는 것도 다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하다 못해 옆집 강아지가 이유 없이 죽어도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란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면 실정을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선정을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역사의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 두고 볼 일이지만, 어이없는 음모론과 질투는 사회를 병들게 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상식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어느 곳이 병들어 있는지 보지 못한다. 노무현이라는 대통령보다 자질과 도덕성에 있어 부족한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치는 지금에도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잡은 권력에 대한 질투 때문에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성경에 보면 카인은 아벨에 대한 질투로 아벨을 죽이지만 결국 질투에 먼 그가 죽인 것은 그 자신의 삶이었다. 서로 격려하고 인정하고 대화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악의적 비방이 아니라 능력과 경력과 진실성을 평가하는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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