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6.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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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A child is born into the world).'

철학자 함린(David W. Hamlyn)은 그의 책 `교육인식론 : 경험과 이해의 성장'을 위의 문장으로 시작했다. 어떤 사람인 아버지, 어머니가 있어야 아이가 태어나며, 그 아이는 세상 즉 특정한 장소에 태어난다. 얼버무리고 일반화된 두루뭉술한 세상이 아니라 아주 특수한 상황 속에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다. 함린의 `교육인식론'을 번역한 연구자는 다른 책에서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문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아이는 특정한 국가, 특정한 가정 속에서 태어나며, 그 아이에게는 그 국가, 그 가정의 특수한 사정이 바로 세상이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는 상황은 그중의 어느 두 개도 완전히 동일할 수 없이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사이에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특수한 상황 속에 들어있는 공통된 의미, 그것이 아이가 태어나는 세상이다. 또한 이런 의미에서 세상 속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은 이 기본 조건을 의식하고 그 의식에 합당한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일을 할 수 없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올 국정연설에서 커뮤니티스쿨(community school)이 코로나19가 학생들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겠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긴 역사 속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온 커뮤니티스쿨이 집중 관심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커뮤니티스쿨 운동은 가정과 지역사회 구성원이야말로 학생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수 있는 자산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였다. 역사적으로는 1900년대 초반 학교를 사회적 구심점으로 본 존 듀이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학교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한 제인 아담스의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다.

커뮤니티스쿨 모델은 2000년대 초 OECD 산하 교육연구혁신센터 CERI에서 발표한 6가지 미래학교 시나리오 중의 하나인 `학교가 핵심적인 사회의 센터로서 재구성되는 것'에도 드러난다. 학교가 핵심 센터로 재구성된다는 시나리오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짐에 따라 공교육의 경계를 확장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커뮤니티스쿨을 주도하는 교육학자들과 단체들은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라는 모토를 매우 중시해왔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학생 부적응 등 부작용을 돕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스쿨은 학교 공간을 아동과 주민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짝 열어두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학교는 방과후와 주말에도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지역주민을 위해 늘 열려있다. 교육에 필요한 환경과 시설을 만들고, 주민은 물론이고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사회 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멈췄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일상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초, 중등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대학의 강의들이 대면으로 돌아왔고, 5월의 캠퍼스는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채워졌다. 우리 어릴 적 학교는 지역의 중심이었다. 운동회는 마을이 모두 참여하는 잔치였고, 마을 사람들을 학교를 모두를 위한 교육 공간이라 인식하였다. 이제 다시 학교가 지역의 중심으로 거듭날 때다. 학교로 모이기도 하고 학교가 마을로 넓어지기도 하고, 교육의 일상회복의 중심에 학교와 지역이 손을 맞잡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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