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갈 땐, 주기율표'
`휴가 갈 땐, 주기율표'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2.06.0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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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곽재식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한국 괴물을 소개하는 책을 낸 후의 방송 인터뷰였다.

방송에서 “배우면 신기하잖아요. 한강을 지나갈 때 내가 수영해서 지나갈 수 있는 폭일까? 궁금하잖아요. 궁금할 수 있잖아.” 하며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고 공감하며 봤다. 요리 이야기를 하다 인덕션에 대한 원리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뭔가 종잡을 수 없는데 재미있네 하며 빠져들었다. 그러다 회사 이야기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갔을 때 “회사 일은 알면 알수록 머리만 복잡해진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갑자기 침울한 목소리로 바뀌는 것이 너무 공감되는데 웃겨서 이런 분이 쓰는 책이라면 책도 재미있겠다 싶은 믿음이 생겨서 책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SF라던가 한국 괴담 이야기를 읽었고 방송에서도 괴담 프로그램 등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을 봤다.

그 인상이 깊게 남아서인지 오늘 소개할 책 `휴가 갈 땐, 주기율표(곽재식·초사흘달)'를 보고 잠깐 `엥?' 하고 생각했다가 작가가 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박사고 화학 관련 회사에서 일했다는 게 뒤늦게 기억이 났다.

이 책은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원소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차례도 주기율표로 되어 있다. 1번 수소부터 20번 칼슘까지의 원소를 다루었는데 `수소와 매실주', `헬륨과 놀이공원', `마그네슘과 숲', `칼슘과 전망대'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대체 수소와 매실주가 왜 같이 나오나, `플루오린과 아이스크림'이라니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둘 사이가 어떻게 연관이 있나 싶었다. 2019년도가 주기율표 제정 150주년이라 해서 나온 원소 책 몇 권을 보았을 때 원소 소개, 설명, 쓰임에 대해 설명된 책만 봐서 그런지 처음엔 이 책 뭐야 싶었다.

`마그네슘과 숲'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자.

식물 이야기로 시작해 평화로운 초록색은 마그네슘 때문에 생겼다고 툭 이야기하다 광합성을 설명하고 식물은 그 태양광 패널 장치의 핵심으로 마그네슘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야기를 하다 태양 전지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다 또 마그네슘이 눈 밑 떨림을 방지하기 위해 먹는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막상 눈꺼풀이 떨리는 증상은 마그네슘과 관계 없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마그네슘의 화학반응과 어원 이야기로 넘어간다.

뭔가 종잡을 수 없이 죽 설명하는데 마그네슘이 숲이랑 뭔 관계인가 싶으면서도 읽으면서 여러 과학 현상에 대해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객관적으로 서술된 원소 설명이 아니라 옆에 앉아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토크쇼 같다.

읽는 내내 방송 원고였던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그런지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송으로 목소리를 알아서인지 머릿속에 작가 음성이 재생된다. 참 뜬금없는 이야기다. 뭔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는데 원소에 대한 어원, 쓰임은 다 나와 있고 실생활과 밀접된 과학 상식을 최대한 추렸다는 느낌이다.

주기율표 이야기라 문과인 내가 왠지 죄송하고 함부로 다가서면 안 되는 느낌이어서 처음에 긴장하고 읽었는데 부담을 내려놓고 읽기 시작하니 재미있었다. 대체 탄소와 스포츠가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읽고 나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납득이 되더라.

아마 이 작가가 아니었더라면 주기율표, 원소 따위는 절대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접했다면 그래도 화학을 배우며 호기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화학을 배웠다면 재밌게 배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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