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열풍 넘어 세계 중심 되려면
K-문화, 열풍 넘어 세계 중심 되려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05.3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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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한국영화가 칸 국제영화제를 휩쓸면서 K-문화 위상이 또 한 번 증명됐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3년 만에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감독과 배우가 동시에 큰 상을 받는 결실을 보았다.

세계 영화인이 사랑하는 감독이란 애칭까지 붙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었고, 배우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기쁨을 두 배로 전했다.

K-문화 열풍은 문화강국으로의 한국이 세계 대세임을 말해준다. 한때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 인기가 불었지만, 세계 문화의 벽을 뚫지 못했다. 그랬던 한국문화가 얼마 전 넷플릭스를 타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파친코가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얻었다. 자본주의 현실을 목숨을 건 경쟁 구도로 단순하게 그려낸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놀이문화까지 전파되는 기이한 현상마저 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불행한 식민의 한국 역사를 여성의 삶에 녹여낸 파친코는 전쟁의 잔혹성은 물론 국가와 개인이라는 카테고리를 절묘하게 보여주며 이민자로 살아가는 현대인을 조명했다. 두 드라마 모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후속편이 제작될 것이라고 하니 K-문화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라서기까지는 K-POP의 공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훌륭한 감독과 연출자, 좋은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K-POP이 K-문화의 징검다리가 되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0여 년 전 국내 기획사가 세계 음악시장을 두드리며 K-POP을 알렸지만 고전을 거듭하다 실패했다. 당시 미국 시장을 공략하던 JYP 박진영 대표는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음반이 사라지고 음원 시장이 선도하는 플랫폼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말해 미국음악계조차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빠르게 열리면서 IT 강국 한국은 세계 음악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고, 그룹 BTS가 플랫폼을 통해 K-POP을 세계 음악시장 정상에 올려놓는 쾌거를 이루었다.

빌보드라는 세계 음반시장을 석권하며 시작된 BTS 신화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무장한 K-문화가 확산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그렇게 어느 나라를 가도 낯설지 않게 된 K-문화는 음악과 드라마, 영화까지 확장하며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세계적 인기는 경제가치 외에도 국가 인지도까지 높이며 가고 싶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으니 자부심 또한 크다.

그러나 경제 선진국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확고한 세계 중심이 되려면 문화선도국의 방향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암울한 시대에도 유독 `문화의 힘'을 강조했던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최고 문화로 인류의 모범이 되기로 사명을 삼는 우리 민족의 각원(各員)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K-문화가 지향해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생의 말씀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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