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작별인사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05.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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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십여 년 전,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뉴스로 떠들썩했었다. 온갖 난치병은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구성과가 부풀려진 것이 알려지면서 연구자는 추락했고 핑크빛 희망을 무너뜨린 그 사람은 중대 범죄자처럼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난치병에 대한 해결책은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복제인간”에 대한 윤리적 기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복제인간은 사람일까? 어떤 존재일까?

도서 `작별인사'(김영하 저· 복복서가·2022)는 김영하 작가의 9년 만의 신작이다. 작가의 오래된 팬인 나는 주저 없이 예약구매를 해버렸다. 작가의 전작과 달리 제목에선 달콤쌉사르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다. 그런 예상과 작별 인사하라는 듯 이야기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해 인간과 모습이 동일한 기계 인간이 개발되어 함께 살아가고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부터가 기계인지 모호한 존재들이 공존하며 인간이라 인식하고 살아가는 기계와 더 이상 사람의 제어가 필요치 않고 스스로 발전하는 기계의 이야기였다.

유명한 뇌과학자는 방송에서 절대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무섭다. 기계에 종속되어 인간이 종말하는 것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문명에 중독되어 의지한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내가 될 것 같아서다. 휴대폰이 안되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고 컴퓨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느낀다. 나는 온전한 사람인 걸까?

이야기 속 인공지능은 사람의 몸을 탐하지 않고 스스로 업데이트하면서 사물 인터넷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계속 학습해 나갔다. 이렇게까지 기술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 시대에 맞춰 정의가 변하듯 사람의 정의도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만 있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가끔 무섭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두렵다. 단어 하나를 검색하면 휴대폰의 각종 앱은 연관된 광고를 보여준다. 컴퓨터를 켜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가 사는 지역 관련 이야기가 표시된다. 과학기술로 선정되고 편집된 이야기로 내 사고가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에 이름만 검색해도 무한히 많은 과거가 나온다. 이야기 속 인공지능은 한번 인터넷에 올라온 이야기는 소멸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많은 단편적 기억들은 의도와 다르게 클라우드 세상에서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남아있는 세상은 두렵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오히려 자연을 추구하게 만들지 않을까? 주인공 철이가 우주와 작별하는 방법을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 속 세상은 10년 안에 다가올 수도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그 무엇도 쉽게 버려지거나 무시되는 것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면 조금은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 무엇과도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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