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 제발 좀 싸워주세요
의원님들 제발 좀 싸워주세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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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 경<부장(천안)>

구청 설치문제를 놓고 천안시의회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천안시가 자치구가 아닌 일반구를 2곳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의회가 갑자기 발끈했다. 브리핑이 있은 다음 얼마 후 집행부인 천안시가 시의회 의원들을 만나 시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의원들이 포화를 쏘아댔다.

의회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제멋대로 발표만 하면 되느냐며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어 열린 시민공청회.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인사들 중에서도 구청설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구청 설치의 호불호를 떠나 시가 구청 설치 결정을 하기에 앞서 타당성의 근거자료로 내놓은 여론조사에 대해 화살을 던졌다.

시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했는데, 구청을 설치하려면 얼마나 재정이 투입되는지, 시민들이 얼마나 더 세금을 내야되는지를 자료로 제시해야 될 것 아니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막연히 구청 설치에 대한 찬반여부만 물어보면 그 '선악'을 모르는 시민들로서는 당연히 구청이 설치되면 좋다는 생각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시의회 내에서 분열이 일기시작했다.

지난 7월 하순 열린 임시회에서 안상국의원이 부의장직의 '체통'도 뒤로하고 구청 설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5분 발언'에 나서자 며칠 후 폐회때 다른 의원이 똑같은 자리에서 같은 형식으로 이를 반박하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공무원 숫자가 쓸데없이 늘고 청사를 마련할 예산이 낭비돼 시민혈세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안의원의 반대 논리에 유영오 의원이 "구청설치가 하루빨리 이뤄져 지역경제에 보탬이 돼야한다"며 이를 반박했다. 견해가 다른 의원들간에 설전도 벌어졌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주장을 편다며 상대 의원을 나무라는 모습도 보여졌다. 구청 설치 위치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도 다 제각각이다. 원도심권의 옛 시청사 자리 주변 주민들과 그곳 출신 의원들은 당연히 옛 청사, 현재의 천안시 문화동 청사에 동부권을 관장할 구청이 세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 농촌지역 출신의 몇몇 의원들은 구청이 자신들의 출신지역구 주민들의 접근성이 편리한 천안삼거리 주변으로 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북부쪽은 북부 출신 의원들은 당연히 현재의 시 북부출장소, 옛 군청자리에 북부권 관할 구청이 들어서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현 시청사 주변 서부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북부권 4개 읍·면지역의 인구가 8만명에 불과한데 인구 25만명에 이르는 서부권 주민들이 먼 거리에 위치한 구청에 가서 민원을 보는 불편을 겪는게 말이되느냐는 반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어떤 의원은 "북부지역의 구청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동부권에 하나, 서북부지역을 통합 관할할 구청은 현재의 시청사(서부권의 중심에 있는)에 두면 된다"고 말한다. 구청설치가 빨리 이뤄져야한다는 의원들 면면을 보면 다 구청이 들어설 곳의 유력한 후보지 지역 출신들이다. 그 이유도 갸륵하다. 천안시의 상권이 현 청사 주변 서부지역으로 집중되면서 서로 자신들의 출신지역 경기가 침체됐고, 이를 회복시키려면 구청이 들어와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애틋한 정서에서다.

그런데 이런 의회내 갑론을박이 미워 보이지가 않는다. 두 달 전 시립노인병원 특혜의혹 조사를 위해 발의된 특위구성안이 별다른 의견충돌과정도 없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슬그머니 무산된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렇다. 이번 만큼은 제발 싸워달라. 서로의 주장을 펴며 왜 해야하는지, 하지말아야하면 왜 그런건지 아주 진지하게 공개적으로 난상토론을 벌여달라. 그렇게 하다 내려진 합리적 결론이라면 구청이 어디로 가던, 구청을 만들던 말던 누가 뭐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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