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꾼 ‘기타’
내 삶을 바꾼 ‘기타’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5.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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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내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기타'라고 말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기타와 만났다. 무슨 연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집으로 기타를 가져오신 것이다. 처음 보는 악기라 신기해서 만져보고 줄도 튕겨보곤 했지만, 연주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 그냥 가끔 만져보기만 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3개월 정도 지나고 기타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YMCA 고등부 클럽인 Hi-y에 가입하였다. Hi-y 활동은 내 삶을 통째로 바꾸어 버렸다. 여기서 두 번째로 기타와 다시 만난다. 기타를 좋아하는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어깨너머로 기타 반주를 배웠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으로 만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으로 하나씩 기타를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Hi-y 2년 차에 기타를 조금 칠 줄 안다고 `레크리에이션 부장'이 되었다. 당시 Hi-y는 회원이 500여 명 정도였다. 청주 시내 모든 고등학교에 회원이 있었고 주말만 되면 YMCA 회관은 청소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레크리에이션 부는 토요모임 시작 전에 `Sing a long 프로그램과 게임, 포크댄스' 등을 지도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새로운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할 때마다 회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덩달아 나도 행복해졌다. 이즈음에 충북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형들을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다. 대학가요제 충북 대표로 나갈 정도로 노래 실력이 좋았고 기타 솜씨는 정말 일품이었다. 형들과 만나면서 독학으로 배우던 기타 반주는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함께 기타를 치면서 몇 시간씩 노래를 부르던 그 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고 내 삶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기타가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이어졌고 평생 음악을 즐기며 살게 되었다. 재미로 시작한 기타가 취미가 되고 삶의 의미와 가치가 된 것이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친구들과 중창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여기저기 공연을 다녔고 대학가요제 참가라는 원대한 목표를 정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YMCA 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마추어로 즐기던 레크리에이션 활동은 직업이 되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캠프, 어린이 y,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여가와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참브라더스'라는 남성 사중창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고향으로 이사 오고 `백곡 성당'에 성가대를 조직하여 여러 누님과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고 있다. 기타로 시작한 음악이 없었다면 내 삶은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우연히 시작하게 된 기타가 이렇게 내 인생의 방향과 가치를 바꾸어 버렸다. 기타를 통해 사람과 만나고 세상을 탐색하며 공동체에 공헌하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청소년 시기에 접하는 여가와 예술 활동은 이처럼 중요하다. 푸른 5월 청소년의 계절에 청소년들이 마음껏 삶을 즐기고 평생의 친구가 되어 줄 문화와 예술 활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청소년기에 평생 함께할 친구 같은 악기를 하나만 배우게 된다면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평생 행복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면 지금 바로 악기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 음악은 당신 삶을 지키는 가장 듬직한 친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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