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05.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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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바른 행을 하는데 이롭고, 양약은 입에 쓴 반면에 병을 고치는데 이롭다는 말이 있다.

유방을 도와 진(秦)나라를 멸망시키고 한나라를 세운 명재상 장량이 유방에게 했던 간언(諫言) “忠言逆耳利於行(충언역이이어행) 良藥苦口利於病(양약고구이어병)”에서 유래된 말이다.

유방은 위와 같은 장량의 충언(忠言)를 받아들임으로써 한나라 건국의 토대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함으로로써 중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로 우뚝 서게 됐다.

진나라 점령을 목표로 항우와 치열하게 경쟁하던 유방은 초패왕 항우보다 한발 앞서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입성했다. 궁궐 안의 수많은 명마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금은보화,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궁녀들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유방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시 상황은 까맣게 잊은 채, 진시황의 화려한 왕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유방의 해이해지고 안일한 모습을 지켜본 선봉장 번쾌가 하루빨리 궁궐에서 빠져나가 전술-전략적 요충지에 진을 치고 군사를 재정비할 것을 간언하지만 유방은 번쾌의 충언을 못 들은 척한다.

유방의 참모로 훗날 장량 한신과 더불어 `한초삼걸'로 불리는 소하도 번쾌의 주장에 힘을 보태며 즉시 궁궐을 벗어나 숙영하면서 항우의 군대를 맞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유방은 초호화판 궁궐 생활에 눈멀고 귀가 먼 채, 소하의 충언마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결국 장량이 나서서 유방에게 “忠言逆耳利於行(충언역이이어행) 良藥苦口利於病(양약고구이어병)”, 즉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올바른 행을 하는데 이롭고, 양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고치는데 이롭다”는 직언을 함으로써 유방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그리고 이로써 한 고조 유방이 초패왕 항우를 꺾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토대를 구축하게 되는데, 이때가 기원전 202년이다.

유방이 장량의 간언을 받아들임으로써 진을 멸망시키고 한나라를 세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바른 안목으로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정견이 가능하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눈 밝은 주변 인연들의 조언이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열린 가슴으로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자님은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 즉,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씀하셨다.

제대로 배우는 일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의 간언이나 충고에 대해 자존심 상해하면서 반론을 제기하고 핑계를 대며 화를 내기보다는 귀를 열어 경청하고 그 말이 옳다면 기쁘게 수용하는 일이다.

문득 조선 말기의 유학자 유중교(柳重敎, 1832~1893)의 “人告之以有過有三可喜(인고지이유과유삼가희) 吾知己之有過而當改一也(오지기지유과이당개일야) 人不爲吾之過所瞞二也(인불위오지과소만이야) 人以吾爲可告而告之三也(인이오위가고이고지삼야)”이 생각난다.

남이 내 잘못을 지적하고 일러주면 기뻐할 것이 세 가지 있는데 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치게 되는 것이 첫째 기쁨이고, 타인이 나의 잘못된 점을 보고도 물들지 않고 오히려 지적해 줌이 둘째 기쁨이며, 내가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라는 의미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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