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爛春聲 꽃 만발한 봄의 소리
花爛春聲 꽃 만발한 봄의 소리
  • 추주연 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2.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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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추주연 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달리던 차가 가만 멈추면 이팝나무꽃들이 바람에 사그락거린다. 청주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에 일부러 이팝나무길을 지난다. 눈꽃처럼 화사하다며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다.

코로나19 관련 각종 제재가 풀리고 첫 공연나들이다. 눈여겨 봐둔 공연인 데다 평소 좋아하던 젊은 풍물패 씨알누리의 초대까지 받아 다른 일정을 모두 접고 달려갔다.

이번 풍물공연 제목은 화란춘성(花爛春聲), 꽃이 만발한 봄의 소리다. 그동안 공연장에서도 거리두기가 익숙해진 터라 옆사람과 닿을 듯 앉아있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한 줄로 붙어있는 의자는 건너 건너 앉은 사람의 신명나는 발장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얼마만에 느끼는 어깻바람인지…. 그저 같이 흥겹다.

공연이 시작되고 첫 순서인 회심곡의 절절한 가사가 소공연장 가득 사람들을 감싼다. 옆자리 엄마는 미동도 없이 소리에 귀기울이다 낮은 탄식을 내뱉는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생신이 5월 이맘때라 회심곡이 더 애틋하리라.

삼도사물놀이가 이어지자 풍물공연 직관은 처음이라는 아들녀석도 제법 장단을 맞추고 추임새를 낸다. 처음 보는 동해안 무속 사물은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며 해마다 이루어진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장구가락에 태평소 소리가 휘감기자 애달프면서도 묘하게 푸근하다.

이번엔 설장구 공연이다. 여럿이 하나같은 장구 소리와 사뿐한 발디딤새에 절로 어깨가 들썩여진다. 이어지는 앉은반 설장구는 장구잽이의 장단 놀음에 눈을 뗄 수가 없다. 홀로 만들어내는 소리라고 믿기지 않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마지막 광양버꾸놀이는 버꾸북을 손목에 감고 한껏 발림을 하며 버꾸가락에 춤사위를 펼친다. 느린 버꾸가락과 자진 버꾸가락을 번갈아 어르는 덧배기춤을 홀린 듯 본다. 어느 아이돌 그룹에도 밀리지 않는 칼군무다.

준비된 공연이 끝나자 소공연장 앞마당에 한바탕 뒷풀이판이 벌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그래, 우리가 이런 흥이 있는 사람들이었지. 오랜 우리 가락 속에 모두의 평안을 기원하는 유쾌한 마음이 깃들어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오는 길, 여전히 활짝 핀 이팝나무꽃이 바람에 더덩실 춤을 춘다. 그야말로 화란춘성(花爛春聲)이다. 아름다운 꽃은 홀로 피지 않는다고 했다. 나 홀로 아름답자고 피는 꽃도 아니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피어 벌과 나비와 새를 먹고 살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꽃과 벌은 자신을 위해 상대에게 의지한다. 서로 의지하는 것이 서로를 살게 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

꽃이 상대가 와주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몸짓인 것처럼 화란춘성(花爛春聲)은 사람들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한 아름다운 아우성이다. 꽃이 만발한 봄의 소리가 사람들 속에서 활짝 피어난다. 그들의 화란춘성(花爛春聲)은 사람들을 살게 하고 사람들의 화답은 그들을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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