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선물 보따리만 남았다
미사일 선물 보따리만 남았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5.24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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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안보동맹이 기술동맹으로까지 격상됐다. 바이든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비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였다.

반도체는 4차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 AI, IOT, 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소재일 뿐 아니라 스텔스기, 이지스함, 탄도미사일, 레이더, 위성 등과 같은 국가안보 역량을 좌우하는 첨단 기술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1위를 놓고 패권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만큼은 서로 양보할 마음이 전혀 없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매출의 48%를 점유하고 있지만 자국 내 공장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 미국으로선 자국 내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늘려야만 중국의 추격을 견제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삼성전자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실상 세계 패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5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과 설계를 한 번에 모두 수행 가능한 종합반도체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바이든이 그동안의 전례를 무시하고 일본이 아닌 한국부터 발 빠르게 방문한 이유도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때문이였다.

미국은 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13개 우방국가와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연합체인 `IPEF'까지 출범시켰다.

IPEF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과 반부패 문제까지 협력하는 경제 협력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당연히 한국의 IPEF 참여는 중국의 공개적 반발을 낳을 수밖에 없다.

중국 매체들은 “한국은 미국의 종이놀음에 놀아나다 버림받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사드 사태 때처럼 중국이 한국기업에 혹독한 경제적 타격을 가해 보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50% 가까이 수입하고 있어 당장은 과거 사드 때처럼 경제적 타격을 가할 처지가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번 바이든의 방한과 기술동맹 선언에 대해 일체의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는 것을 보면 한국 반도체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이 난다.

바이든은 이번 방한을 통해 자국에 필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대는 물론 현대자동차로부터도 우리 돈 6조3000억원 상당의 전기자동차 생산체계 구축 투자 약속까지 받아내는 등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싸서 일본으로 떠났다.

그런데 불과 하루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서로 엄지척을 날리며 엄청 친한 척 했던 그 바이든이 맞나 싶다. 바이든은 일본 기시다 총리를 만나서는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고 군사력 증강을 지지한다는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었다. 바이든은 한국에서 경제적 실리를 잔뜩 챙겼지만 우리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을 챙겼는지 도통 모르겠다.

분개한 중국은 한국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 명분을 얻은 일본은 한국을 비웃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보낼 미사일 선물 보따리만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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