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시절을 추억하게 됩니다
개구쟁이 시절을 추억하게 됩니다
  • 노동영 변호사
  • 승인 2022.05.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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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노동영 변호사
노동영 변호사

 

법을 공부한지 벌써 25년이 되었는데, 유독 나중에 돈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이나 국제법 같은 공법(公法)에 관심 있어 했고 결국 이것이 숙명의 제 일이 되었습니다. 헌법의 선거제도 부분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또는 공무담임권), 선거구획정 등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랬으니 선거 때가 되면 투표하지 않고 놀러 가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꼭 실천해 왔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만큼 관심을 두고 지켜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음을 다독일 일이 있어 초심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모교인 신송초등학교를 갈 일정이 생겨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한국전쟁 전후에 개교하였으니 역사는 오래지만 이제 전교생이 6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가 되었습니다. 가끔 복잡한 생각들에 잠겨 정리하고 싶을 때 산책 삼아 학교를 찾곤 합니다. 지금도 가까이 삽니다.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서 학교 가는 길은 걸어서 천천히 20분. 어릴 때 재잘재잘 친구들과 등교하던 추억이 떠올라 정겹습니다.

학교운영위원장이 되어 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찾았습니다.

개구쟁이가 30여 년이 지나 모교 가까이 살고 동문이라고 운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덕에는 유물과도 같은 도서관과 아버지가 배우셨고 제 당시에 쓰지 않던 옛 목조교실이 있었고, 동산에는 커다란 살구나무가, 동산 위에는 마을마다 형과 누나들이 조를 지어 같이 야영도 하고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던 씨름장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많이 줄어 아쉽지만, 그래도 여전한 풍경입니다.

동산에 커다란 살구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 여름 초입에 살구가 익으면 자연학습 차 모두 살구를 따서 10개씩 나누어 깨물어 먹었습니다.

이제는 동산을 자연관찰원 기능의 정원으로 꾸미고 이순신 동상이 옮겨져 소풍하기 좋은 아담한 공원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듣거나 뛰어놀 때나 지척에 있는 비행장의 프로펠러 경비행기는 소음이라기보다는 친근하고도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비행기를 보며 컸는데 10년 가까운 군생활 동안 육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여 공군에 밀접한 인연이 없었고, 심지어 지하감시의 땅굴침투 분석업무까지 했으니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법과 항공우주법을 연구하고 공군사관학교 강의를 하고 있으니 위 고사성어가 꼭 틀렸다고는 볼 수는 없겠네요. 나중에라도 우리 후배 중에 공군 조종사가 배출될 날들이 오겠지요.

비행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유권자의 표를 위해서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부대가 이전되어야 한다는 개발 논리가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대가 있어 원형에 가깝게 고향마을과 모교 부근이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보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돈을 모이게 하는 개발 뒤에는 원주민과 환경의 희생이 따릅니다. 환경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이 아쉽습니다.

마냥 흙에서 놀던 개구쟁이를 귀히 보아주시니 고향과 신송초등학교에서 뛰어놀던 아름답고 건강한 추억을 초심 삼아, 우리 이웃들이 억울함과 불편을 덜도록, 또 사람과 생명들이 안전하고 행복하도록 늘 이웃들 곁에서 부대끼며 바르게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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