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아라(2)
때를 알아라(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05.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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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그저께 모내기를 했다. 밭농사와는 달리 요즘 벼농사의 모든 일은 기계로 하기 때문에 힘든 일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모내기는 아카시아 꽃이 만발할 때가 적기다. 요즘 아카시아가 만발하여 농장에 온통 향기가 진동한다. 덩달아 라일락과 목단꽃도 만개하였다. 어머니께서 광주리에 점심을 이고 가시면 나는 어머니를 따라 막걸리가 든 주전자를 들고 탄간바위 고개를 넘어 아버지께서 쟁기질하시는 밤나무골로 가곤 했었다.

모내기를 끝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챙겨보자.

8. 소만(양력 5월 20일~6월 5일)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차는 시기다. 모가 허리를 펴기 시작하면 논에 오리나 우렁이를 풀어서 피를 제거한다. 딸기, 오디, 앵두를 수확할 수 있다.

9. 망종(양력 6월 5일~6월 21일) 보리가 익어 먹을 수 있는 시기로 씨를 뿌리기 좋은 계절로 농번기라말 할 수 있다. 보리, 수수와 같은 곡식은 추수하고 양파, 마늘, 감자를 수확한다. 배추, 대파 씨를 받아놓는다.

10. 하지(양력 6월 21일~7월 7일)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시기다. 장마가 오기 전 김을 맨다. 햇빛이 강한 낮보다는 해가 떨어지는 해 질 녘이나 아침이 시작되는 새벽녘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벌레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11. 소서(양력 7월 7일~7월 22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다. 장마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고추, 토마토 등에 웃거름을 주고 벼가 알이 차기 시작하므로 마무리 김매기 작업을 한다.

12. 대서(양력 7월 22일~8월 7일) 1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다. 애호박, 단호박, 수박, 옥수수, 참외 등을 수확한다. 대추나무와 같은 과채류에 웃거름을 줘야 한다.

1달에서 5일을 1후, 3후인 15일을 1기라 하여 이것이 기후를 나타내는 기초가 된다. 1년을 12절기와 12중기로 나누어 보통 24절기라 하는데, 절기는 1달 중 월초에 해당하며 중기는 월중에 해당한다. 24절기에는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비롯하여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겨울의 매듭을 짓는 대한이 있다.

24절기는 중국의 계절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또한 날짜가 경도에 따라 변하므로 매년 양력은 같지만 음력은 달라진다. 음력 날짜가 계절과 차이가 많이 날 때는 윤달을 넣어 계절과 맞게 조정한다. 그 외 한식·단오·삼복·추석 등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절기이다.

요즘 가뭄이 여간 아니다. 예전 같으면 모내기에 고민이 많았다. 아침부터 물고 싸움으로 들녘이 어수선했고 천수답은 모내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 농사를 짓는 밤나무골 밭은 전에 다랭이논(다락논)으로 그야말로 하늘바라기 천수답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모내기를 할 수가 없었다. 선친은 결국 벼농사를 접고 밭으로 개전시키셨다. 때를 알아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룩할 수 없으니 잘하신 일이 아닐까. 다랭이논 모내기 노래다.

“모야 모야 노랑 모야 네 언제 열매 맺노? 이 달 크고 저 달 커서 내 훗달에는 열매 맺지. 서마지기 이 논배미 반달같이 되어간다.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이지…. 후렴 가사로 퐁당퐁당 밀수제비 사위상에 다 올랐구나. 무정하다 우리 영감 저승에서 날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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