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도 뽑나요?
교육감도 뽑나요?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5.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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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물론 기대를 안 하면 실망할 일도 없다. 선거철마다 드는 생각이다.

올해도 출마자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한다.

출마한 사람이 또다시 출마해도 재탕, 삼탕 우려먹는 공약을 쏟아내도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는 순진함으로 2주 후 치러지는 선거를 기다린다.

출마자들의 공약이 진심이든 아니든 이행 가능성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당선을 향한 간절한 눈빛이 민심에는 녹아나지 않음이 서운할 뿐이다.

출마자들은 말한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그래서 출마했다고.

유권자들은 이런 출마자들을 보며 생각한다. 내 삶이 변화되기를 희망해 선거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늘 제자리라고.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는 어떤가?

학생들이 교실에서 꿈을 꾸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교육 탓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

“교육감도 내가 뽑아?” 지인이 자주 하는 소리다.

지방자치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관선 임명제였던 교육감은 1990년대부터 참여정부 이전까지 간선제로 교육위원들과 학부모 대표들이 선출했다.

하지만 교육감 선출과정에서 밀실야합, 금품비리 등 각종 폐단이 발생했다. 지방자치제 확대시행에 따라 2007년 부산광역시 교육감 선거부터 주민 직접선거로 바뀌었다. 문제는 직선제가 시행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정당이라도 있으니 찍어야 할 판단 기준이 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없어 유세나 공보물, 토론회 등으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KBS, MBC, S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일부터 이틀 동안 충북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감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 비율이 52.8%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충북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유보적 비율이 29.4%에 불과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의 전국 성인남녀 4000명을(그 밖에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KEDI POLL 2021) 연구결과를 보면 교육감 직선제 선출에 반대하거나 모르겠다는 유보적 응답 비율이 57.4%로 2019년(51.1%)보다 6.3%p 높아졌다. 반면 직선제를 찬성한다는 비율은 42.6%로 2019년(36.2%)보다 6.4%p 하락했다.

교육감 선거에 관심도가 낮다고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교육이 사회적 지위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응답비율은 65.3%지만 작다는 답변은 7.8%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학벌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6.5%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26.4%는 심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학벌주의가 약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1.4%에 그쳤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44.4%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나, 일류대 위주의 입시경쟁은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학벌주의, 대입 경쟁에 지친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 3만2027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충북에서만 839명이 학교를 떠났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 이유 1위는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가 꼽혔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표심을 호소하는 교육감 후보들은 깜깜이 선거라며 관심을 호소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캄캄한 앞날을 걱정하며 교문을 나서고 있다. 이상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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