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적으로 내 삶에 과학적 창의성 녹이기
자기 주도적으로 내 삶에 과학적 창의성 녹이기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2.05.1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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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태생(?)이 게을러서 그런지 직장인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때때로 집안일이 뒤로 밀렸다가 허겁지겁 가족의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 빨랫줄에 널게 되는 날이 있다. 이날도 다음 날 입을 옷을 막 빨래건조대에 널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틸 건조대가 물먹은 빨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날개 부분이 부러졌다.

막막함에 멍하니 서 있다가 빨래 바구니를 내려놓고 다른 급한 일을 처리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에 남편이 양말 두 짝을 잘 꿰어 건조대의 날개가 잘 펴지도록 감쪽같이 복귀시켜놓고 빨래를 다 널어놓은 것이 보였다. 야, 진짜 명색이 과학 교사인 내가 실생활에 과학적으로 창의성을 녹여내지 못하는구나…. 저런 생각은 내가 남편보다 먼저 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런 생각을 학생들이 해낼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

유럽의 스톡홀름 시에서는 고민에 빠졌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지상으로 올라갈 때, 계단을 이용하기보다는 대부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큰데다가, 시민의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계단을 이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룻밤 동안의 밤샘 작업을 통해 계단을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만들어 계단을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이 계단을 올라가면서 소리를 내는 즐거움에 빠졌고 심지어 아이들은 소리를 내는 재미를 즐기기 시작했으며,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시민이 줄어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정의적 영역인 흥미와 태도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 맥주 회사는 광고용 CF를 제작했는데, 대형 오케스트라 단장과 단원들이 진지한 자세로 연주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악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맥주병으로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악기들이다. 음악 소리도 자세히 들어보면 모두 병으로 소리가 나는 것들을 모아 만든 음악이다. 서민의 음료 같은 맥주로 우아한 취향을 표방하는 오케스트라 형식을 띠면서 고아함을 드러내는 광고 또한 창의적이다.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빅토리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참가하고 멜버른 콘서트 홀에서 정식 단원들에 의해 연주된 이 광고는 독특하고 신선함 그 자체로 반짝인다.

우주에서 역학적으로, 운동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형태는 구형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태양계와 물방울이 둥그런 것에 대해 익숙해져 있었다. 어느 날 어떤 화가의 그림을 보게 되었는데, 그 화가의 그림 전집의 제목은 `IF'였다. 만일 `개미가 숫자를 안다면…'이라는 그림은 개미들로 구성된 숫자 8이 그려져 있고, `나무에 과일이 달리듯이 물고기가 달린다면…'이라는 그림은 과일이 자라듯이 물고기가 나무에서 자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내게 가장 충격을 준 그림은 `달이 스퀘어라면…'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우주에 있는 행성이나 항성이 스퀘어 형태를 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역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론적인 제한을 두고 있었음을, 즉 스스로 무의식 속에서 과학적인 벽을 만들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과학자들에게 상보적인 존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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