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심성을 만든다던가 ?
환경이 심성을 만든다던가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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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만 표<청주시민>

청주에 와서 산지 3년쯤 지났다.

청주는 기온이 온화하다 태풍으로 남해안이 흔들거려도 청주는 살랑바람 시원하고 구름이 지나다 높은산에 부닥처 물덩어리 냅다 쏟아 강원도가 쓸려갈 때 청주는 밭 작물 먹을 만큼만 슬쩍내리고 만다.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오는 황사며 떼구름은 안성, 진천사이의 일본애들이 이름 붙여놓은 이른바 차령산맥을 넘으며 맹렬함이 꺾이니, 북서풍은 차령산맥, 남동풍은 속리산 추풍령을 잇는 백두대간이 마치 필터처럼 한 번 걸러서 청주쪽에 조용히 내려놓는 형세다. '바람이 조용히 분다'하는 표현의 형용모순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청주에 와서 실감하고 있으니 나는 복도 많은놈이다.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체는 환경이 심성을 만든다던가

지역색을 떠나 농담조로 하는말로 경기도 깍쟁이 하고도 수원짠물이 태생의 바탕인 나는 충청도 양반들로 통칭되는 느긋하고 너그러운 청주사람 되었으니 짠물의 농도가 점점 엷어질 것은 자명하다.

사람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는 어떤가 강아지 하나만 예로들자.

직업상 시골 구석구석 누벼본 경험이다. 낯선 사람이 동네에 나타나면 어느동내 누구네 강아지는 어찌나 으악스럽게 짖던지 "저러다 저 강아지 창자 끊어지겠다 저것도 한 목숨인데 저 놈 장파열 나기전에 얼른 떠나자" 하면서 총총히 사라저 주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청주근방에선 한 번도 없었다. 온화한 기후환경으로 너그럽게 살아가는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들 축복 받은건 사실이나 어찌 세상만사 공짜가 있겠는가. 치뤄야 할 대가도 있는 법. 당장 시장에가서 고등어며 꽁치, 칼치, 새치 등등의 해산물을 보노라면 홀아비로 두 아이 반찬 만들어야하는 사람은 절망한다. 싱싱함은 찾아볼 수 없고, 생선가시는 죄다 살점에서 떨어져 나가 있다. 재래시장 생선가게 아줌마랑 나눈 대화다.

나:아주머니 생선가게 하시는 분 앞에서 미안한 말씀이나 청주에선 왜 싱싱한 생선을 못 보겠는거죠

아줌마:청주는 원래 예로부터 그래요. 내륙 한가운데고 바다가 없는 고장 이잖아유!

나:아니 옛날에야 그렇다치고 지금은 두어시간이면 바닷가 가는 세상인데.

아줌마:그래서 이만큼이라도 생선이 있는 거지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자반고등어 밖에 없었다우 횟집이 다뭐유.

나:그래요. 쩝!

생선가게 아줌마의 진단은 서울이 안방이면 부산은 건넛방인 지금의 교통환경을 감안하면 틀린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생선이 시들시들 한건 이 아줌마처럼 인식하고 순응해 온 소비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을 거라 본다.

명창이 빛나려면 뛰어난 고수와 짝을 이룬 후 중요한 조건으로 귀명창이 많아야 한다. 명창의 소리를 들어줄 관객이 귀명창이라서 추임새 넣을 때 넣어주어야 소리가 완성되지 않겠는가. 부르는 대로 밋밋하게 듣는 소리는 완성도 떨어진다.

가게에 나와 있는 생선의 싱싱함에 얼씨구하고, 시들시들하면 절씨구 하지말아야 시장 생선좌판이 얼씨구에 반해 싱싱해지는 것이다.

사나운 바람이야 한 번 필터에 걸러오는 게 좋지만, 고등어는 고개하나 넘었다고 쉬어 온다거나, 또 쉬어가며 온 생선을 밋밋하게 사 먹어서는 20∼30년전 생선가게 그대로를 면치 못한다.

생선가게 앞이 얼씨구 절씨구 추임새로 가득한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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