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박완주
비겁한 박완주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05.16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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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잠적 후 사흘만의 모호한 문자 변명 메시지. 중앙 정치 무대를 호령했던 공인의 신분으로서 너무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이 지난 15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언론사 기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질문 후 사흘 만의 답변이다.

박 의원은 성비위 사실의 시인 여부, 의원직 사퇴 의사에 대해 `당과 저에게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했다. 아닌 것은 아니다. 감내하고 시작한 일 지켜봐 달라'라는 내용의 답변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다였다. 이날까지도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자신을 위한 궤변만 쏟아냈다.

그의 답변은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불 내놓고 기름까지 붓는 격'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그가 나고 자라서 3선을 하도록 지지해준 천안지역의 민주당 당원,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배신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사과는커녕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답변으로 선거판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천안 기초의회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지역에서 세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유권자와 시민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며 “하루 빨리 모습을 드러내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후보는 “(박 의원이) 문자 해명에서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이라고 했는데 우리 후보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한 시가 급한 문제”라며 “자신만 생각하며 당과 동지들이 입을 피해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유관순 열사의 고장에 사는 천안시민들도 `멘붕'이다.

여야를 떠나 3선 중진 국회의원으로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망한 정치인이었던 그가 하루 아침에 전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돼버리자 `창피해서 천안에서 산다는 말을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돈다.

충남도민들도 마찬가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윤봉길 의사 등 숱한 애국 선열을 모시고 있는 충절의 고장에서 안희정 전 도지사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이번 사태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치권의 시각을 보면 착찹하다. 겉으로는 재발 방지와 대책 등을 내세우는 듯 하지만 여야는 연일 `기사화'를 목적으로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 여부를 계산하며 공방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박 의원을 제명 처리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끝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주 중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고 했지만 심사 절차를 밟다 보면 1년이 넘을 부지하세월이다.

박 의원은 문자 메시지에서 `아닌 것은 아니다. 감내하고 시작한 일 지켜봐달라'고 했다.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피해자와 법적 송사를 진행하겠다는 속셈이다.

너무 비겁하다. 당장 자신이 몸 담았던 민주당과 당원·지지자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피해자가 될 출마 후보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내리 3선에 성공, 지금까지 10년간 국록을 받고 명예를 누렸다.

그렇다면 동지들에게,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먼저다. 송사는 개인사가 아닌가. `선당후사'라는 말을 10년간 입에 달고 다녔다는 사람이 맞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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