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05.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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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 곳곳에 구멍가게가 있었다. 운반용 상자 한쪽을 뜯어 안쪽 물건만 꺼내면 된다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과자 상자, 종류 몇 개 안 되는 물건들이 빼곡하게 놓아두어 과자를 찾으러 개미허리만큼 좁고 구부렁한 길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예고 없이 문을 닫는 날도 많았고, 주인 할머니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엔 과자를 사면서도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도 대형상점이 생기고 대형상점의 축소판인 편의점이 여기저기 우후죽순 생겨났다.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쉽다는 홍보로 여기저기 생겨난 편의점은 우리 아파트 근처에도 고개만 돌리면 편의점이 보인다.

회사도 다양하다. 대한민국의 밤은 경찰이 지키기보다는 편의점이 지킨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으니 우리나라 편의점 수는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간다.

2021년 통계를 보니 공식적으로 4만6천여 개의 편의점이 등록되어 있고 코로나19로 인하여 혼밥·혼술 문화가 자리 잡고 집 가까이에서 장을 볼 수 있는 장점으로 대형상점 매출액을 편의점이 앞섰다는 기사를 최근에 읽었다.

나도 집 앞 편의점에 종종 간다. 큰 마트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의 작은 크기 물건을 구경할 수 있고 1+1 혹은 2+1행사 상품이 많아 물건을 소비하면서도 이익을 얻는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묘한 장소이다.

도서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나무옆의자)은 청파동 골목에 자리잡은 작은 편의점과 관련된 사람들의 7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던 곰 같은 사내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편의점에 다양한 물건이 있듯이 그들의 이야기도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씨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편의점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는 일을 꽤 잘해 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 간다.

편의점을 스쳐가는 모든 관계가 서로의 삶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위로를 하는 따뜻한 책이다. 서로 영향을 받으며 영향을 주는 사람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깨닫는 독고 씨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한다.

마음을 미리 살펴주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님의 작은 편의점도 번창하기를 기도한다.

그녀가 나누는 따뜻한 위로가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불씨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편의점이 작고 물건이 많지 않아 불편한 편의점이라 불리지만 편의점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묘한 편의점 이야기가 오늘도 궁금해진다.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기억하고 매일 주어지는 하루가 선물이라고 여기며 소중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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