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 문화유산
오직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 문화유산
  • 박종선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2.05.08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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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종선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기획연구팀장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에 남긴 김구 선생의 말이다. 현재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BTS의 리더 RM이 2019년 한 시상식에서 인용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무대를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 문화상품(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BTS의 노래부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미나리의 윤여정,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세계 83개국 모두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 최근 새롭게 시장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애플티비가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인 파친코까지 모두 한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무대에 당당히 맞서는 것들이다.

가장 자기다운 것이 경쟁력이 있다.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매력이 없다. 문화란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시점부터 공동체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규범과 문화가 생겨나게 된다. 문화는 단순하게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정한 방식으로 인사를 하거나, 자연환경에 맞는 채집·수렵 도구를 쓰는 것, 한 발 더 나아가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을 때 같은 노래를 부르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러한 문화의 결과물 중

오늘날 관점에서도 의미 있다고 인정할 만한 것들을 통틀어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문화유산은 문화의 결과물인 셈이며, 그러므로 문화유산에는 문화가 갖는 특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오직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고 싶다면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켜야 한다. 그리고 활용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국가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가진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특색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의식도 높아져 당연한 권리로 문화시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충북은 이에 대한 준비가 충분할까? 2022년 5월 현재 전국 17개 기초자치단체 중 문화유산을 담당하는 과가 없는 곳은 충북이 유일하다. 충북이 문화유산이 적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충청북도에는 문화유산을 전담하는 부서와 문화예술산업과 내에 문화재팀으로 존재하는데 문화재팀 1명당 관리하고 있는 문화유산은 167개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 비중이 작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도내 시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들어 청주시에 문화유산을 전담하는 과가 생겼지만 나머지 10개 시군에 문화재를 담당하는 과는커녕 문화재팀이라 명명된 곳이 충주시, 제천시, 보은군, 옥천군 단 4곳에 불과할 뿐이다. 나머지는 문화예술팀, 관광팀, 박물관팀 등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며칠 전 충북시민연대에서 6월 1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북도지사·청주시장 후보가 공약에서 다뤄야 할 의제 방향을 제안하였다. 제안 내용 중 “지역 예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충북도 예산의 2%를 문화예술 예산으로 배정하고 문화재를 담당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충북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화유산을 위해 일할 전담부서를 만드는 것이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의 원천 소스인 문화유산이 더 이상은 방치되거나 훼손되지 않고 외면받지 않으며,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정체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권리를 주장해야 할 때이다. 우리 지역 문화유산을 위해 일할 조직을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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