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불안감을 직시하길
국민의 불안감을 직시하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5.08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내일 새 정부가 출항한다. 온 국민이 새 정부에 박수를 보내며 희망과 기대감을 만끽하는 축제의 날이 돼야 할 터이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으로 내일 새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 볼 국민도 적지않을 것 같다. 대통령 선거 후 지속된 신·구 정권의 갈등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험악했다. 두 세력은 새로 등장한 정권을 축하하고 물러나는 정권을 위로하는 형식적 의례조자 외면했다. 대신 사사건건 충돌하며 모진 언사들을 교환했다.

이 불길한 예고편을 목도해온 많은 국민들은 새 정부에서 협치와 상생의 정치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절대 권한을 앞세울 여당과 국회 절대 다수를 점한 야당이 벌일 무한 대립이 국정 파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은 내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없을 거란 얘기다.

해서 새 정부의 1차적 과제는 이 국민적 불안의 해소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수위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다. 이 구호에서 무엇보다 `함께'에 방점이 찍히기를 기대한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새 정부에 제시한 숙제도 함께와 포용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에 달했지만 윤 당선인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1%에 그쳤다. 취임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퇴임하는 대통령을 밑돈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에 미치지 못했다.

집무실 이전과 인사에서 드러난 불통 행보에 민심이 흔들렸다고 하지만, 그동안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집권세력과 벌여온 난투에 가까운 공방전이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는 보다 차분하게 대응함으로써 평가를 국민에게 맡기는 것이 옳았다. `검수완박'이 현 청와대와 이재명의 수사를 막기 위한 술수라는 공세는 한두번에 그쳤어야 했다. 대신 인수위가 제시하는 새 정부의 비전과 정책, 의지를 부각시키는 작업에 주력해야 했다. 조급하게 밀어붙인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지에 대한 본질적 논쟁은 상대의 감정만 자극하는 진흙탕 싸움에 묻혀 버렸다. 개정안에 합의했다가 뒤집은 경박한 행태는 검수완박 논란에서 우세했던 입지를 단박에 무너뜨렸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국정 주도권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간다. 국민이 책임을 물을 곳도 바뀐다는 얘기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 새 대통령은 인사를 강행할테고 170석 야당은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그 170석을 빙자한 대통령의 넋두리를 끄덕거리며 들어주고 야당에 책임을 물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쟁이 길어지고 격해지면 비판의 칼날은 종국에 청와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서 하차했던 중도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고심 끝에 돌아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민의힘에게서 수권 능력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권당으로부터 숱한 호재를 선사받고 지지율 3위의 후보를 포섭하고도 패배와 다름없는 초라한 승리에 그친 이유를 달리 찾을 길이 없다. 새 시대를 열어갈 대통령과 정당에 대한 기대감이 저조하다는 사실은 중도의 불신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170석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증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권은 이번 지방선거보다 2년 후의 총선을 바라보며 국회에서 안정적 의석을 회복하는 장기적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 당장에는 밑지는 장사가 미래를 보장해 줄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긴 안목으로 170석도 딴지를 걸지못할 똑 부러지는 정책 발굴에 집증하라는 얘기다. 지금 정쟁 한복판에 놓여있는 내각 인사가 난제를 풀어갈 첫 단추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