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아라
때를 알아라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2.05.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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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본격적인 농사철이다. 이 시기야 말로 일년 중 농부들에게 가징 바쁜 시기이다. 농사를 짓다보니 시기와 일기에 민감해졌다. 세종의 농사를 권장하는 글에 농가의 일이란 것은 농사시기를 일찍 시작한 자는 수확도 또한 이르고, 힘을 많이 들인 자는 수확도 또한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농정(農政)에 있어서 소중한 것은 오직 그 적절한 시기를 어기지 않고, 그 농사에 바칠 힘을 빼앗지 않는 데에 있을 뿐이다. 온갖 곡식은 심고 씨 뿌리는 것이 각각 그때가 있는 것이니, 때를 한번 잃어버리면 해가 다하도록 다시는 따라갈 수 없다.

백성의 몸은 이미 하나이니 힘을 둘로 나눌 수는 없는 것인데, 관에서 그것을 빼앗는다면 어찌 농사에 힘쓰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진실로 인사(人事)를 이미 다하였다면, 비록 천운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또한 그 재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윤(伊尹)의 구전제도(區田制度)와 조과(趙過)의 대전제도(代田制度)가 바로 그것이다.

일기예보를 매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농사는 날씨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1. 입춘(양력 2월 4일~2월 19일)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입춘은 24절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농사의 시작보다는 농사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라 할 수 있는데 밀이나 보리를 밟아서 밑동을 고정해주고 유실된 토양을 보충해 준다.

2. 우수(양력 2월 19일~3월 5일)차가운 눈이 녹아내리고 봄비가 내리는 시기로 파종 준비를 시작한다. 쪽파, 부추 등 밭에 거름을 주고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도 풀린다'라는 말처럼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때다.

3. 경칩(양력 3월 5일~3월 20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다. 들깨, 콩 등 본격적인 파종을 시작한다.

4. 춘분(양력 3월 20일~4월 4일) 밤과 낮의 길이가 거의 같지만 낮의 길이가 살짝 더 길어지는 시기다. 감자, 호박, 토마토, 당근, 토란, 수박, 참외 등 준비된 모종을 이식한다. 감자는 하지에 수확할 감자이고 멀칭 작업으로 잡초를 예방해야 한다.

5. 청명(양력 4월 4일~4월 19일) 날이 풀리고 화창한 시기로 쑥갓, 상추. 봄배추, 양배추, 겨자채와 같은 잎채소 파종을 시작한다. 볍씨는 물에 담가서 파종을 준비하고 모를 기르는 논(못자리)을 만들어 모내기를 준비한다.

6. 곡우(양력 4월 19일~5월 5일) 봄비가 내려 곡식들이 윤택해지는 시기로 양파, 마늘과 같은 겨울 채소에 알이 찬다. 고사리, 쑥, 두릅 등 산나물을 채취 할 수 있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올해는 가뭄 피해 없이 풍년이 들기를 소망해본다.

7. 입하(양력 5월 5일~5월 20일)봄의 시작인 입춘과 같이 여름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모내기를 시작하고 미리 심은 모종에 싹이 안 난 곳이 있다면 추가로 파종과 이식작업을 해야 한다. 감자와 당근은 잘 자랄 수 있도록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덮어 북주기를 한다. 입하에는 찔레, 뽕 순을 딸 수 있다.

벌써 입하가 지났다. 봄은 오는 듯 간다더니 이제 여름이다. 어제 어린이날에는 만사 제쳐놓고 손자손녀와 놀이공원엘 갔다 왔다. 차창 밖으로 들녘에 심겨진 농작물들을 훑어봤다. 순연의 계절을 따라 부지런한 농부들은 때를 맞출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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