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와 상생
공조와 상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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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두 부국장<보은·옥천·영동>

전남 목포시 등 8개 시·군은 지난해 '서남해안권 관광발전실무협의회'를 만들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8개 시·군 관광지를 망라한 서남권 관광그림지도 8만부를 제작해 배포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제작해온 8개의 관광지도가 하나로 통합되다보니 예산절감은 물론이요, 이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고창·함평·영광군은 '꽃무릇 광역관광벨트'를 공동으로 꾸려가고 있다.

3개군은 해마다 9월께 각각의 대표축제로 꽃무릇큰잔치, 상사화 축제, 꽃무릇건강걷기대회를 개최한다. 광역관광벨트는 같은 권역의 지자체들이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성격의 축제를 치르며 축제경쟁력을 상실하는 데 따른 반성에서 출발했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축제홍보 팸플릿을 공동 제작했으며, 올해는 3군의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릴레이식으로 축제를 열고 투어버스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전남 곡성·구례군, 경남 산청·하동·함양군,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등 7개 시·군은 지리산권 광역관광개발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7개 시·군은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부 기본계획에 이 사업을 포함시키는 데 성공헸다.

한 두개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했다면 문광부를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입을 최대한 모아 목소리를 높인 다자간 공조의 산물인 셈이다. 영동군과 옥천군이 같은 날 전국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2일 제 4회 영동포도하프마라톤대회와 2회 옥천금강마라톤대회가 한꺼번에 열린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마라톤경기를 유치하는 상황에서 일정이 겹치는 것이 대수일 수는 없다.

올해 충북도내에서만 14개 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러나 영동·옥천군은 지난 5월 보은군과 함께 협력약정서를 교환하며 '3군 군수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상생발전을 모색하기로 한 지자체들이다.

지척에서 마라톤 행사를 동시에 개최해 참가자들을 분산시키는 것이 상생이냐는 비아냥을 들을 만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옥천군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금강유원지 일대에서 제 1회 유어옥천포도축제를 열었다. 보은군은 21일부터 25일까지 탄부면의 해바라기 식재지 일원에서 '대추고을 해바라기 대향연'을 개최했다. 각자 성공적이었다는 자찬을 쏟아냈지만, 축제일정이 겹쳐 대전과 청주 등 인근 대도시 방문객들의 분산이 불가피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해마다 8월말∼9월초 포도축제를 열어온 영동군은 옥천군도 올부터 포도축제를 열기로 하고 일정도 한 달 앞당겨 선수를 쳐버리자 떨떠름한 입장이다.

3군은 협약서 약정때 축제홍보물 공동제작, 축제때는 상호방문, 문화상품 공동개발 등을 약속했지만, 이후의 행보는 '마이 웨이'다. 상생이 아니라 상쟁(相爭)을 하겠다는 태세로 읽힐 정도다.

물론 고도로 정치화한 단체장들이 표밭을 의식하며 행정을 주도하는 지자체간 공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섣불리 나섰다가 추진과정에서 주도권을 뺏기거나, 이해득실 계산에서 상대적으로 시원찮은 결과가 나올 경우 죽쒀서 남주는 사태에 봉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곳이 주체가 될 것인 지, 예산은 어떻게 배분할 것인 지 등 각론에서도 이견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가 있더라도 참여한 복수의 단체장들이 공을 나눠야 되니, '잘돼야 본전'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들이 똘똘뭉쳐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전남지역 지자체들의 사례가 말해주듯 이제 추세를 넘어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정도의 차만 있을 뿐이지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산업경쟁력 약화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온 남부 3군에 '공조를 통한 상생'은 유일한 탈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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