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봄날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권리
그 어느 봄날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권리
  • 이수진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 승인 2022.05.05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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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수진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이수진 옥천군선거관리위원회 사무과장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한 날씨의 4월 20일에 퀴즈를 냈다. “엄마 오늘이 무슨 날이게?” “음…오늘? 엄마 월급날!” 20일 하면 생각나는 것을 얼른 대답한 후 `저 녀석이 엄마의 월급날을 어떻게 알았지? 뭐 장난감이라도 사달라고 하려나' 속으로 생각하며 게슴츠레 실눈을 뜨고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아들의 입에서는 나온 정답에 의미 없는 허접한 날짜를 말한 내 입을 꿰매고 싶어 입술을 앙 다물었다. “엄마!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야.”

최근 언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관련 내용이 많이 보도되었다. 출근길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와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지하철에서 그렇게라도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장애인 시위자를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나의 직장과 업무가 생각났다. 나도 장애인 단체의 시위 대상자가 아니던가. 선거 때가 되면 장애인 단체에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투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그들에게 맞는 선거 환경을 조성해주길 원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똑같은 국민으로서 이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선관위는 다가오는 6월 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가지 투표편의를 제공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사전)투표소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투표안내문을 발송하며 투표소에서는 확대경과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한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투표 방법을 쉽게 설명한 투표가이드북을 제공하며 외국인 유권자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병기한 투표절차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시설·정책·인식이 사회적 약자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특히 `선거'라는 특수환경에서는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때마다 지체장애인과 거동 불편 선거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1층 투표소를 확보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모든 선거인이 불편함 없이 투표할 수 있는 쾌적한 투표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 공공기관, 경로당 등 여러 건물을 찾아 헤맨다. 시골 지역의 경우 투표소 수가 적고 공공기관이 충분해 어렵지 않게 엘리베이터 등을 갖춘 투표소를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도시권이다. 투표소 수는 많은데 장애인 이동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건물이 너무 많다. 어르신, 장애인, 임신부 등 이동약자를 위한 1층 투표소를 운영하려다 보니 창고나 주차장 투표소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저런 곳을 투표소로 운영하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가지 투표편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장 만족스럽게 좋아졌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똑같이 소중한 한 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다름'에 맞는 선거환경이 마련될 수 있게 계속 노력할 것이고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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