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고 허세 떨 때가 아니다
자만하고 허세 떨 때가 아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05.0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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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일본의 엔화(¥)가 달러당 130엔 선마저 넘어서는 굴욕을 당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의 루블화(Ruble)보다도 가치가 낮아졌으니 기축통화 국가로 위세 등등했던 일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요즘 달러당 원화(₩) 가치가 1263원 정도이고, 달러당 130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엔화는 원화 가치로 1264원 정도다. 이리 보니 과거 10년 전만 해도 원화보다 5배 이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됐던 엔화가 어느새 원화 가치와 별반 차이 없는 도토리 키 재기가 됐다.

일본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겠지만 최근 들어 일본이 한국보다 가난해질 것이라는 세계 경제학자들의 예상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흥분이 된다.

엔화 하락세의 근원은 지난달 금리를 0.25% 올린 미국이나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린 우리나라에 반해 일본은 마이너스 또는 0%라는 기존의 초저금리를 끝까지 고수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경제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무역적자도 엔화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누적된 무역적자가 30조엔이 넘어선 데다 성장률은 제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 등의 자원값 상승으로 올해 1월 들어서만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에서는 한 술 더 떠 매 영업일마다 10년 만기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곧 일본 시중에 많은 현금이 풀리면서 엔화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곧 1인당 GDP(국내 총생산)까지도 한국에 역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같은 추세로 엔화가 달러당 135엔까지 하락하면 일본의 1인당 GDP는 약 3만4000달러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GDP 3만4100달러보다도 100달러가 낮아지게 된다. 사실상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임금은 4만달러 대로 이미 2015년에 일본을 추월한 상태고 국가 경쟁력도 일본을 제친지 오래다. 디지털 기술과 전자정부 순위 격차는 더 벌어졌고 2040년까지의 성장 전망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2배가 높다.

이 같은 지경에 이르면서 일본 국민들은 `선진국 탈락위기가 임박했다', `과거 중국 청나라 말기 같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이 됐다', `G7 자리도 한국에 빼앗길 처지다' 등 심각한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임을 자랑했던 일본의 기세를 꺾고 당당히 대 역전의 신화를 쓸 날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할 지가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수출 중심 경제에 자원 해외 의존도가 높고 저출산 고령화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국가 부채, 과다한 복지예산 등 일본이 겪어온 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이 같은 상황을 결코 남의 일로 볼 일은 아닌 듯 싶다.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도 재벌중심 경제구조와 제조업 위주, 하향식 연구개발,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 비율, 세계 최악의 저출산, 높은 가계부채, 중국 의존도, 비싼 생활 물가 등 수 많은 경제적 불안요인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이 드리워져 있는 현실에서 일본의 추락을 반성과 경제 개혁의 교훈으로 삼지 않고 자만하면서 허세를 떤다면 대한민국 역시도 곧 다른 이웃 신흥국가의 비아냥과 비웃음을 사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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