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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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 승인 2022.05.0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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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바빴다. 4월은 과학의 달, 장애인의 날이 있다. 그리고 4월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1년 중에 딱 하루다. 이날을 그냥 넘길 순 없다. 책의 날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사망을 기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날이다.

셰익스피어, 영미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십진분류에 822.33 한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작가. 인도와도 안 바꾼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작가다. 세르반테스 역시 돈키호테의 작가로 스페인 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가니 정말 딱이다 싶은 날이다.

책의 날만큼은 도서관에서 책과 즐거웠던 기억이 생기면 좋겠다. 그래서 책의 날은 누구든 도서관에 발목이라도 걸치면 예쁜 선물도 주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물을 걸며 퀴즈 등의 행사를 한다. 한 번이라도 일단 도서관에 와서 책 구경하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좋겠다 싶다.

그러나 4월은 학교 행사가 많다. 작년엔 과학의 달, 장애인의 날, 책의 날 주간이 전부 겹쳐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책의 날이 토요일이기도 해서 일부러 책의 날 기념행사를 4월 23일 이후로 잡았다. 3월까지만 해도 올해의 책의 날 행사는 블록버스터급 영화 시나리오 급으로 거하게 치를 생각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 하나가 떨어졌다. 한 달이면 되겠거니 했던 일이 두 달을 넘겼는데도 일을 못 마쳤다. 일이 밀려버려 다 포기하고, 소박하게 기념해야지 하고 소소하게 행사를 기획했는데, 여러 선생님의 애정 어린 도움과 홍보로 책의 날 행사가 대박이 나 버렸다. 소소히 벌인 일도 수습을 못 해서 허덕였다. 행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섭다. 나 어떡하지 싶다.

이럴 때, 나를 위로해주는 책을 찾게 된다. 이번에는 쓰지 않았지만, 책의 날에 종종 쓰곤 하던 그림책. `도서관(사라 스튜어트 글, 시공주니어)'을 다시 꺼내 본다. 책표지부터 간이 수레에 책을 잔뜩 싣고,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붉은 머리의 여자다. 속표지도 새가 가득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 장도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야기도 잔잔하다. 전형적인 책벌레 이야기다.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면 `채링크로스 84번지'(헬렌 한프, 궁리출판)도 읽어보시라. 절판이 되어 좀 아쉬웠는데 2021년 11월에 개정판이 나왔다(옛날 책보다 훨씬 예쁘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서재 결혼시키기'(앤 패디먼, 지호)도 흥미진진한 마음 반, 조마조마한 마음 반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나온 것을 보며 마음이 참 복잡하다. 도서관의 도서대출로 저작자와 출판계가 손실을 보고 있음을 전제하여, 도서관 대출에 대해 보상금을 부과하고 국가가 관련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나는 도서관 덕분에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고 있는 셈인데 걱정이 된다. 청주시립도서관의 4월 책값반환제 신청이 많은 이용자의 참여로 4월 3일로 마감된 것을 보니 더 착잡하다. 책값이 부담되니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일 텐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제 어찌 되려나. 슈퍼카가 가득한 차고에서 재력을 뽐내고 서가로 학식을 드러내는 묘사가 있던 소설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앞으로 그 장면이 어찌 표현되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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