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나에게도 있을까
회전목마, 나에게도 있을까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04.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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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모든 세계인은 희망했다. 2019년 12월 말경부터 희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멸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단기간에 없어질 수 없음을 인지한 후부터는 잦아들기를 희망했다.

판도라 상자 속의 희망이 헛된 희망이 아닌 긍정적 희망이 되길 바라며 우리는 지금도 시련을 겪어 내고 있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보편적 희망이다.

통째로 움직이는 놀이동산이 있다. 트럭에 싣고 찾아가는 놀이동산이다.

로지가 사는 조그만 마을에도 해마다 찾아온다.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희망 담아 이별한다.

그 겨울, 로지는 아파 드러누웠다. 꽃 피는 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누워있어야 하는 로지에게는 곧 나을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약이라고 의사 선생님은 처방을 한다.

로지에 대해 잘 아는 오빠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앞일에 대해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가는 길, 즉 희망으로 가는 길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보편적 희망의 길에는 집단 목표가 그 역할을 할 것이고, 각 개인은 경험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림책 <회전목마/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 그림/시공사> 속 로지에게는 외부와의 연결점이기도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회전목마가 그 역할을 한다. 이를 오빠는 찰떡같이 알아준 것이다.

오빠는 장난감 회전목마를, 친구들은 회전목마에 있던 이야기 의자, 시계 의자, 하얀 목마 의자 들을 그려 로지에게 선물한다. 로지를 찾아 준 친구들과 그 애들이 안고 온 선물은 로지가 기운을 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회전목마와 친구들은 긍정적 의미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훌륭한 견인차가 된 것이다. 판도라 상자에 있던 긍정적 희망이 회전목마로 건너간 것이다.

삶의 모습은 다양하다. 불행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인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불행도 생겨난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희망의 모습이리라.

막연한 희망이나 대안 없는 거짓된 희망으로 괴로움을 주는 행위를 우리는 희망 고문이라 부른다. 헛된 희망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희망 고문이라 부른다. 달콤함으로 위장해 기회를 엿보고 절망속으로 이끄는 부정적 희망이 하는 작태들이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그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은 바깥이 없다.' <희망은 바깥이 없다/도종환> 현실에 두 발을 딛고 품은 긍정적 의미의 희망은 비로소 절망 속에 있던 이들도 희망으로 물들게 할 것이다. 로지가 회전목마에서 받은 것처럼.

나는 오늘 알았다. 나의 회전목마는 사람이란 것을! 나의 오래된 지인들이란 것을!

나를 알아봐 주고, 나에게 용기를 주는 지인들에게서 나는 오늘, 희망으로 가는 길에 한 발짝 더 내딛는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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