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1ℓ 주세요”
“공기 1ℓ 주세요”
  •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 승인 2022.04.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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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초등학생 시설 매일 신문을 정독하시던 아버지께서는 어린이 신문을 같이 구독하시면서 다른 내용은 안 읽어도 좋으니 사설만큼은 반드시 읽기를 당부하셨다.

그때 봤던 사설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은 언젠가 물도 사서 먹을 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천으로 널린 게 물인데 사 먹어야 한다는 내용은 나에게 당황스럽다 못해 황당무계하게 느껴졌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 냉장고 한쪽에는 각종 먹는 물이 진열되어 있다. 물을 사 먹는 게 전혀 이채롭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 대기오염으로 약 700만명이 숨질 수도

지난 4월 4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세계 117개국 6000개 도시의 대기질을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 농도가 WHO `2021 세계 대기질 가이드라인(AQG, Air Quality Guidelines)'이 지정한 대기오염 수준을 대부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QG는 연평균 ㎥당 PM2.5, PM10, 이산화질소 농도가 각각 5㎍(미이크로그램), 15㎍, 10㎍을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고소득 국가 도시 17%가 PM2.5, PM10 기준을 맞추지 못하였지만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99% 이상이 기준 미달이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와 지중해 동부의 공기 질이 가장 나빴고 아프리카가 그 뒤를 이었다. 소득이 낮은 국가일수록 대기질 상태는 더 심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연평균 PM2.5 농도는 18㎍으로 기준의 3배 이상이었다.

마리아 네이라 WHO 환경·기후변화·보건국장은 이러한 대기질 상태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라고 분석하면서 약 700만 명이 코로나19 대유행을 견뎌내고도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때문에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대로 가면 편의점에 공기가 진열될 수도

충청북도의 2021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9.6㎍/㎥로 관측이 시작된 2015년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와 기상 여건,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이 본격화됨에 따라 활동량 증가 등으로 인해 언제든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생활 속 미세먼지 저감 방법은 다양하다. 차량 구매를 계획할 때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무공해 친환경 자동차 구매를 우선으로 고려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대체한다. 생활 폐기물의 배출을 줄이면 소각시설을 통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면 전력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으며 특히 폐기물 야외 불법소각은 별도의 필터를 거치지 않아 엄청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만큼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

번거롭지만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우리 미래세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 편의점에서 공기를 사 마시게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악순환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것을 깎아내는 막대한 손해와 보이지 않는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 책임감 있는 주인공이 지금 우리 기성세대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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