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2.04.24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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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유행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언젠가 마트에서, 한때는 구할 수가 없어 많은 사람의 애간장을 녹였던 꿀과 버터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 감자과자가 그런 시절이 있기는 했냐는 듯이 지금은 마트에 묶음 상품으로 가득가득 진열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도 맛보고 싶어 안달 났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진열장이 텅 비어 있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끈으로 묶여 할인까지 하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의 손을 타지 못하는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씁쓸했다.

요새 한 캐릭터 빵이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기존에 없던 색다른 제품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이 빵을 사기 위해 마트, 편의점 오픈런(매장이 열리기 전에 대기하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제품을 향해 달려가는 현상)을 불사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중고마켓에서 시가의 몇 배의 금액을 주며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빵을 먹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씰'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대로, 어른들은 그 옛날 어린 시절 추억을 이유로 “씰 모으기”에 열광하는 바람에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행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나로서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흔하디 흔한 캐릭터 빵이 될 것인데, 왜 그렇게 지금 당장 손에 쥐지 못해서 초조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시대가 만들어낸 유행의 중심에서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과하면 문제가 된다. 현재 화제의 캐릭터 빵에서 나온 `씰'중에는 중고거래가가 10만원이 넘는 것도 있고, 실제 거래도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논쟁을 시작하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개취 존중' 즉,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라는 말이다. 내가 내 취향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있어서 동조하지 않는다면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고 사전에 방어막을 치듯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진정한 개인의 취향이란 뭘까? 나와 너의 입맛이 다르고, 취미가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며 심지어 이상형이 다른 것과 같이 일부가 다수에게, 혹은 다수가 일부에게, 좁게는 내가 너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런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당연히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이유로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그 외의 사람들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깊숙이 파고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가진 자는 모르는 못 가진 자가 느끼는 박탈감, 구해준 자는 알 수 없는 못 구해준 자의 죄책감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무시한 채 유행의 선두주자들을 따라 이 사회가 지금과 같이 졸졸 따라가는 게 맞는 걸까.

오늘도 놀이터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 가운데에는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사납고 무섭게 생긴 캐릭터들이 그려진 `씰'들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것들의 주인인듯한 아이의 “우리 엄마가 사줬어”로 시작한 썰이 놀이터를 흐르는 동안 어떤 아이는 자기도 구해달라며 울고 있고 그 옆에 구해주지 못한 혹은 구할 생각이 없는 엄마는 곤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 옆을 지나가며 생각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저 엄마는 이 기이한 유행에 자신의 아이가 실망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내일부터 캐릭터 빵 온라인 구매 창을 광클(광속클릭)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흘려보내게 될까. 그러다 문득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에 드는 회의감과 분노는 누가 책임져 줄까. 어서 이 바람이 흘러가거나 아니면 그 바람이 그들의 테두리에서 솔솔 새어 나와 누군가에게 더 이상 큰 태풍으로 불어닥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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