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서비스 품질 경쟁'
사법부의 '서비스 품질 경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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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 섭<사회문화체육부장>

사법부가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한다는 말은 아직 일반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이 '웬 서비스 경쟁이냐'는 반응이 나올 만하기 때문이다.

국기기관이나 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은 이미 자리를 잡은 단계이거나, 기업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만큼 흔한 이 개념을 꺼낸 이유는 청주지방법원의 사례가 사법부의 최근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은 최근 대법원이 실시한 '2007년 재판사무감사'에서 전국 최우수 법원으로 선정돼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 제도는 법원 안팎에서는 생소한 것이 아닌데 일반인들은 법원도 '최우수' '우수'를 가리냐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고, 지역 법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니 어쨌든 잘 된 일 정도로 받아들일 것 같다.

그러나 사건처리의 적정성에 대한 행정적 평가나 우수, 최우수라는 표출된 개념 이면에는 사법부도 예외없이 '품질 경쟁시대'를 맞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하겠다. 법원이나 법관들도 이 만큼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것에서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

청주지법의 경우 대전고등법원이 실시한 재판사무감사에서 각종 사건관리 상태가 양호했다는 점과 함께 조정·화해율이 높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각종 연구모임을 통한 법원 역량강화, 사회봉사활동 등을 통한 이미지 제고 역시 한몫 했다.

특히 법관들이 청주시내 43개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찾아가는 법 교육'은 법과 법원에 이해도를 높였다 할 수 있다. 법원 직원들과 법관 모임 '다사랑회'가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실시한 '도시락 배달'봉사 역시 '시민에게 친근한 법원'이라는 이미지를 낳아 이번 평가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3월 대법원 규칙 개정으로 대법관이 해왔던 것을 관할 고등법원 주관으로 실시해 형식적이고, 격려성 감사라는 틀을 벗어나 실질적이고, 까다롭게 진행된 가운데 얻은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법원이 적정한 사건처리(판결)와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기존 이미지를 허물어 시민과 사회에 한걸음 다가서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종전 법관들이 법정에서 근엄한 신문과 판결을 내렸던 모습이 전부다 시피했으나 법원 문턱을 벗어나 초등학생들과 '법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나 소외 계층들에게 전할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은 '법관은 오직 판결문으로 말해야 한다'는 일반들에게 새로운 모습이기 충분했다.

그동안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몇 가지 시각 가운데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로 상징되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검찰은 구속(처벌)하고, 법원은 봐준다는 이분법적 이해 구조 역시 여전한 게 현실이랄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근의 달라진 분위기는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 출범과 활동이 시발점인 듯하다. 그동안 검·경의 역할이나, 검찰과 법원의 역할과 지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법조계는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수사기록에 의존한 재판에서 벗어나 유·무죄와 양형 판단을 모두 법정 심리에 중점을 두는 공판중심주의나 배심원제 도입 등이 이미 논란의 중심에 자리잡은 것이다.

이같은 패턴의 변화는 '사법처리'하면 검찰을 떠올렸던 기존 인식의 무게가 법원으로 옮겨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는 물론 법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 한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도 법관들의 입에서 '사법 서비스 품질 경쟁'이라는 말이 더욱 자연스럽게 오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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