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거짓말!
신문의 거짓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8.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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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덕 현 <편집국장>

신문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아주 기분 나쁜 것이 하나 있다. 언론의 역기능이나 부끄러운 자화상, 예를 들어 경영이 부실하다든가 편파 보도를 한다든가,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서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든가 등 등 이런 반갑지 않은 얘기들이 화두가 될 때면 예외없이 방송보다는 신문이 더 '나쁜 놈'으로 매도된다. 이 말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으면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언론 관련 서적이나 언론운동 단체들이 그동안 쏟아 낸 각종 성명서를 한번 뒤적여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언론의 권력에 대한 굴종사만을 보더라도 신문보다는 방송이 더 극적이고 포괄적이었다. 10·26과 요즘 영화 '화려한 휴가'로 그동안 무관심한 어린이들로부터도 졸지에 성지로 인정받는 광주를 되짚어 보면 이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

물론 신문은 방송보다 숫자가 많고 또 활자매체의 특성상 대중노출에 있어 방송보다 긴 시간 동안 드러날 수밖에 없는 원초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비교 평가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신문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지금의 분위기엔 부아가 치민다.

더 큰 문제는 비록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스스로 이러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비애감이다. 특히 지방에 국한한다면 똑같은 언론을 수행하면서도 신문은 방송에 비해 현실적 문제에서 너무 열악하고 초라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근무여건도 그렇고 급여수준은 아예 말할 것도 없다. 아마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지방신문 종사자들은 외부로부터의 평가와 신문사 내부 실체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지위불일치 같은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밖에서는 어느 정도 평가를 해 주지만, 막상 자신이 속한 신문사로부터는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못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젠 신문도 더 이상 이를 숨기고, 합리화할 필요가 없다. 그럴만한 명분조차 없어진지가 오래되기 때문이다. 현실은 이렇다. 우선 지역신문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과거의 공채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보수가 너무 열악하다보니 아무리 기자채용 공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오기는 오는데 아무나() 온다. 결코 언론사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도 욕심을 부린다. 그러니 제대로 된 공채가 이루어지겠는가.

지금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지역 신문들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빠짐없이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다. 동종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느니, 정론직필을 고수한다느니, 무슨 개혁을 한다느니, 이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사례는 없다. 최고 대우는커녕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있고, 그것조차 상황에 따라선 걸르기 일쑤다. 이런 현실에서 정론직필의 추상같은 언론정신을 곧추세우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지방신문의 가장 혁명적인 개혁은 기자를 비롯한 종사자들에게 그 알량한 월급이라도 제대로 주는 것이다.

지금 지역 신문의 통합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다. 막상 신문 종사자들 중에서도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유는 똑같다. 신문의 질을 높이고 종사원들에게 제대로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적어도 사주의 사회적 활동을 위해 그 신문사의 종사자들이 배를 쫄쫄 굶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 새충청일보가 제호를 바꾸고 제 2창간을 선언하는 마당에 굳이 이런 형이하학적 자화상으로 푸념을 늘어 놓는 이유가 있다. 무슨 근사한 구호나 거대 담론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다져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고작 이 정도의 약속만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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