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이 솔잎 더러
가랑잎이 솔잎 더러
  • 방선호 수필가
  • 승인 2022.04.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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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방선호 수필가
방선호 수필가

 

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바람이 불어 솔잎이 바스락거린다면 가랑잎 또한 바스락거릴 수밖에 없다.

솔잎이 바스락거리는 것이 그르면, 가랑잎이 바스락거리는 것 또한 옳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라스락거린다고 말한다면,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 된다.

솔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솔잎이 바스락거린다고 불평불만 하는 소리까지 보태면서 심한 소음을 일으켰기 때문에 똥이 묻은 것과 다름없다.

가랑잎이 솔잎에게 바스락거린다고 나무라는 것은 요즘 말로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독선과 자기중심적인 아집에 경종을 울리는 속담이다.

형제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예수님의 말씀과 맹자님께서 말씀하신 전쟁터에서 오십 보를 도망친 자가 백 보 도망친 자를 비웃는다는 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도토리 키재기나 도 낀 개 낀 등과도 그 본질적인 의미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에 발생한다.

등잔의 불빛이 밖으로만 퍼져 나갈 뿐 자신의 밑을 밝히지 못하듯 우리의 의식 또한 끊임없이 바깥 대상으로 향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비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면서 자신의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한 가랑잎이 솔잎에게 바스락거린다고 나무란다는 속담이 지닌 메시지는 무엇일까?

타인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걱정하는 지적에 앞서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걱정하고 이를 빼내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면서 성실하고 실존적인 삶을 살라는 의미일 것이다.

타인의 바스락거림, 타인의 눈 속 들어 있는 티끌, 타인의 몸에 묻은 똥, 타인의 백 보 도망침, 타인의 키 등에 불필요한 관심으로 에너지를 쏟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다리 긁을 시간에 나의 바스락거림을 멈추고 내 눈 속 들보를 빼내고 내 몸의 겨를 털어내고 내가 일보 전진하는 삶. 내 키를 키우는 일에 정성을 다 바치는 길만이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공자님께서 제자인 자공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을 보시고 시야현호재 부아칙불가(賜也賢乎哉 夫我則不暇)이라하셨다.

즉 이것은 “사(자공을 일컬음)는 뛰어나구나. 나는 누군가를 욕할 만큼 한가하지 않은데…”라며 탄식하신 말씀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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