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자와의 평화
낯선 타자와의 평화
  •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2.04.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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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추주연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눈도 뜨지 못한 채 비몽사몽이지만 눈보다 빠른 손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정확히 낚아챈다. 화면을 옆으로 밀어내자 지난 밤 지구촌 소식을 살뜰히 챙겨준다. 온갖 소식들 속에 어김없이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근황을 읽으며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일으킨다.

오늘 진행하는 연수의 부제를 `함께 평화'라고 붙였다. 점심 식사 후 모두가 나른해지는 시간, 오후 연수는 `한국 아프리카 음악 춤 연구소(AMDK)' 정환진소장의 코라 연주로 시작되었다.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인 코라의 맑은 소리가 강의실을 메운다. 코라는 큰 조롱박을 반으로 잘라 기다란 막대기를 붙이고 줄을 달아 만든 현악기다. 이어지는 연주에서 원통형 나무에 염소 가죽을 대어 만든 아프리카 전통 북 젬베를 두드리자 공명한 소리가 일순간 공기 중에 퍼지더니 가득 차오른다. 두둥두둥 심장 박동이 덩달아 뛴다.

아프리카에 한국과 국악을 소개하는 전도사이기도 한 정환진소장은 우연히 들은 젬베 소리에 매료되어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에서 아프리카 전통 음악학을 공부하고 국악과 아프리카 음악을 접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아프리카 악기로 만들어낸 아리랑 선율이 마음에 흐른다.

언제인지 기억은 정확치 않지만 중국의 함대급 쌍끌이 원양어선이 참치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대서양에 면한 서아프리카에서 어족 자원 고갈 위기를 겪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억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참치맛에 눈을 떠 해산물 소비량이 늘면서 전세계 바다에 경고음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참다랑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규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참치류 가운데서도 개체 수가 1%에 불과하고 지난 50년 사이 원 개체 수의 97%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또한 참다랑어 남획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중국 쌍끌이 어선들의 남획으로 우리나라 동해 상 오징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서해안 어민들은 매년 꽃게 철마다 비상이 걸린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안타깝게도 이 모든 일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 평생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아프리카. 주변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는 것도 흔치 않다. 그런 우리에게 아프리카와 그들의 음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때로 우리의 선택은 바다 건너 아프리카에 영향을 끼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환진소장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어려서부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평화는 나와 다른 다양한 타자들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낯선 타자와 공존하고 나아가 공진화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구촌에서 추구하는 평화로움이 아닐까? 아프리카의 음악과 멀리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야기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며 반문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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