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를 즐기며 예술산책
풍류를 즐기며 예술산책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2.04.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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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그동안 코로나19로 아름다운 벚꽃 봄 풍경 산책이 힘들었다. 이제 3년 만에 다시, 전국 곳곳에서 벚꽃길 산책이 가능해졌다.

벚꽃이 만개한 이 봄은 산책하기 너무 좋은 날들이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평소 산책을 즐기지 않던 사람일지라도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랫동안 빼앗는다.

이렇듯 자연을 산책하다 보면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붙잡는 순간이 있다. 이렇게 육체와 마음을 사로잡는 순간의 감정을 필자의 부족한 글솜씨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필자의 경우,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도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러 나가기보다는 감정의 순간을 표현한 과거의 작품들을 구경하며 그림 산책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유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 일과에서 산책을 빼놓을 수가 없다는데 필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나 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조들은 어떤 꽃구경 산책들을 하였을까?

조선시대 선비들도 지금처럼 멋진 자연풍광 속에서 시(詩)·서(書)·금(琴)·주(酒)로 노니는 것을 좋아했다. 이를 풍류라 하여 자연을 즐기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이런 문인들의 풍류생활은 단순히 즐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흥취를 읊조리는 시나 문장을 짓고, 이를 거문고에 얹어 노래를 부르며 이런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중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시대의 풍속도 화가 김홍도의 풍류는 조용하고 담백하다. 김홍도의 그림 `단원도 (檀園圖)'는 1781년 청명일(淸明日)에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진솔회(眞率會)라는 절친 3인의 모임을 회상하면서 몇 년 후에 그린 것이다. 이 그림 속에는 김홍도의 풍류생활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작품 속 배경에는 멀리 성곽이 보이는 산 밑에 소나무와 오동나무·버드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며, 후원에는 연못과 종려나무 그리고 여러 가지 괴석들이 고루 갖추어진 김홍도의 초당이 보인다.

초당의 열린 방문 틈으로는 책상과 공작 꼬리를 꽂아둔 항아리, 벽에는 비파가 걸려 있으며, 방 앞 마루에 세 사람이 술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한 사람은 거문고를 연주하고, 또 한 사람은 시를 노래하고 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그저 부채를 들고 앉아 듣고 있는 그림이다.

연주하는 이는 김홍도이며 부채질하며 소리를 듣고 있는 이는 강희언, 그리고 상단에 맞춰 시를 읊고 있는 이는 정란이다.

조선 천지를 넘나들며 시인 묵객들과 어울린 풍류객들의 모습을 이렇게 조촐하고 깔끔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단원도'의 그림 같은 이상적인 풍류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이상형으로 생각한 친목 모임이었다. 김홍도가 실제 `단원도'를 그린 때는 모임을 열고 3년이 지난 1784년이었다.

3년 후 절친 세 사람의 삶은 많이 변해 있었다. 김홍도의 생활은 매우 궁핍해졌고, 강희언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으며 정란은 세상 풍파에 백발이 무성한 모습이었다.

아마 김홍도는 `단원도'를 통해 현실은 힘들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필자는 이렇게 작품 속을 산책하며 여러 작가의 감정의 순간들을 찾아다니며 일상의 위로와 위안을 받는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 만에 끝이 난 오늘은, 예술 산책을 위해 자연으로 나가 친구들과 풍류를 즐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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