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강화' ILO 핵심협약 발효…기업들 "잦은 파업" 걱정
'노동권 강화' ILO 핵심협약 발효…기업들 "잦은 파업" 걱정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2.04.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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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기본권 보장'을 내용으로 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20일 발효되면서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노조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파업 등 분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0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ILO 핵심협약 3개의 비준동의안이 이날부터 발효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됐다.



ILO 핵심협약은 ILO가 채택한 190개 협약 중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에 관한 8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단결권에 관한 제98호 ▲강제노동 금지(군 복무는 예외)에 관한 제29호 등 3개 비준안을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의결했다.



이에 맞춰 정부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노조법 등 국내법을 개정했다. 이어 이날부터 ILO 핵심협약이 발효되면서 한층 노조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을 강성 성향의 노동조합이 주도해온 자동차업계에서는 향후 쟁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워 노사가 합심해야 할 때 노동계의 목소리가 강화되는 계기가 되고 양대노총에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기업으로서는 향후 노조의 쟁의행위가 늘어나고 갈수록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ILO가 정치적 목적의 파업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정치 목적의 파업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적인 목적의 파업 이외의 파업을 허용했지만 이제는 정치 목적으로까지 파업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성 노조가 다수인 조선·철강업계도 이번 협약 발효를 계기로 파업 확대를 걱정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권한 강화로 인해 노사관계의 불균형 심화 등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며 "핵심협약 발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을 위해 정기적으로 노사가 교섭을 해야 하는 회사들은 노조 측이 그들의 권익을 위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구체적으로 무슨 요구를 하느냐에 따라 서로 맞춰가야 한다"며 "이 때문에 여러 노동 단체들과 그에 따른 개별 기업 노조의 입장과 구체적인 계획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추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권한 강화가 우려되지만 협약이 발효된 만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핵심협약이 비준되고 가이드 등이 마련되면 법과 원칙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도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노사 관계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ILO 핵심협약은 각 국가마다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사업장에 대한 무리한 요구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도 "협약 내용이 추상적이라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두고 판례 등이 나오기 전에 장기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관련 법이나 시행령 보완 등을 통해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에너지·화학업계에서도 노조 측의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걱정을 내놓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힘의 불균형이 생길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근로자 범위 확대에 대한 해석 등 실제 법 적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민주노총이 강성이고 권력화돼있다"면서 "한국은 오히려 노노 갈등이나 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기성세대들이 지금 MZ세대의 여러 가지 기득권을 가져가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며 노조 간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사자가 노조에 가입해 훈수를 두게 되면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노조 힘이 강한 곳을 보면 정치적 목적의 성격도 강하다. 정치적으로 해를 끼치는 파업은 회사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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