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보다 지략이 필요하다
오기보다 지략이 필요하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04.17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대통령직 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국민에게 울림과 공감을 줄 결과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초장부터 집무실 이전과 공기업 인사를 놓고 현 정권과 지리한 공방전을 펼쳤고 공동정부를 약속한 국민의당과도 불협화음이 속츨했다. 첫 내각 인사도 `영·육·남(영남·60대·남성)' 논란에 후보자들의 의혹이 보태지며 혹평을 면치못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화급한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지만 정책 논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인 윤 당선인의 모습은 아직도 당시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믿어의심치 않는 많은 국민을 혼란에 빠트렸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한동훈 법무장관 인선에서 읽혀지는 오기와 독선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과의 악연으로 여당의 기피 1호가 된 인물이다. 예상대로 여당은 한목소리로 법무장관 인사를 폭거로 규정하고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여권이 가장 반발할 인물을 골라 발탁함으로써 당선인과 열성 지지자들의 속은 후련해졌을 지 몰라도 지켜보는 뜻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여야의 협치는 물 건너갔고 바야흐로 너죽고 나죽자는 치킨게임의 개봉이 박두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권 말기에 구체적 대안도 없이 밀어붙인 정부의 검수완박 법안은 당내에서조차 충분한 공감을 얻지못할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현 청와대와 이재명을 향한 수사를 덮기위한 술수라는 야당의 공세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동훈의 법무장관 발탁으로 양쪽은 같은 부류가 됐다. 강수에 강수로 응수하는 악다구니 싸움판이 벌어지니 누가 더 나을 것도 없다는 양비론이 등장한 것이다.

민주당은 심복을 법무부 수장으로 삼아 검찰 공화국을 부활시키려 한다며 윤 당선인을 공격할 빌미를 얻었다.

설상가상으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 의혹까지 터져버려 국민의힘은 졸지에 수세로 몰리는 입장이 됐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한치도 용납하지 않았던 조국 사례의 재판이 되고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검수완박의 부당성을 지적하던 야당의 목소리는 정호영 의혹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더 민감한 이슈를 만들어 상대가 압박받던 이슈를 덮어준 꼴이었다.

윤 당선인은 당장 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한 기울어진 국회를 상대하며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방법은 대화와 타협 뿐이다. 국민은 야당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 일을 할 수 없다고 징징 우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 야당을 설득해 동반자로 끌어들일 지략과 타협의 리더십을 보고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 당선인과 인수위에선 정면대결을 불사히겠다는 오기만 감지된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백악관 집무실에 이런 글귀를 걸어놓고 일했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The buck stops here). 정부가 결정한 모든 정책의 책임은 오로지 대통령인 자신이 져야한다는 각오를 새겼다.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인 만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할 터이다.

인수위 대변인은 정호영 후보자가 받는 의혹이 조국 사태의 재판같다는 지적에 대해 “명확한 학력 위변조 사건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국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청와대가 “범법 행위는 없었다”며 장관 임명을 강행했던 당시와 전개 과정이 닮아간다. 그 끝이 어디였는지는 당선인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트루먼의 경구 처럼 대통령은 국정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홀로 져야하는 사람이다. 조국이 책임지지 못했듯이 한동훈이나 정호영이 대신 책임질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