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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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04.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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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여보, 아들, 딸….'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부른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낸다. 왜? 무슨 이유로 사람을 찾고 어떤 말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하루 동안 내가 안젤라에게 한 말, 안젤라가 나에게 말을 할 때마다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상대방을 부르며 한 말의 대부분은 내 필요와 내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당장 살펴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더 멀리 생각해보니 아내와 아이들에게 한 말의 대부분은 내 필요가 있을 때였다. 상대를 주의 깊게 살피고 그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려 한 적은 드물었다. 내 생각을 전하고, 내 필요를 요청하려고 한 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상대방의 처지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나를 헤아려 주기를 원했고 필요한 것만을 달라고 하였다. 한국인 가족이 하루에 나누는 진실한 대화는 채 1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밥 먹었니? 공부했니? 학원 가야지, 용돈은 다 썼니…?” 이런 말들은 대화가 아니고 거의 명령에 가깝다. 사랑하는 가족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공감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보다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본다. 그러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정말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말은 대화는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도구다. 말이 없다면 우리는 소통할 수 없다. 사랑과 행복도 말을 통해 전달된다. 고통과 상처도 말에서 나온다. 원숭이는 털 고르기로 공감한다. 고양이는 그루밍으로 서로를 돌본다. 사람은 말로 공감하고 말로 상대를 돌본다. 이렇게 말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지속시키는 핵심 도구다. 연애 시절을 돌아보면 당시 우리가 한 말의 대부분은 아마도 “사랑해”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온 관심을 상대에게 두고 상대의 필요를 찾아서 거기에 적합한 말을 했을 것이다. “자기야 필요한 것 없어, 자기야 언제든 말만 하면 달려갈게.” 상대에 대한 호칭도 나와 같은 시점인 `자기'로 부르면서 상대를 위한 말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니 결혼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결혼 이후다.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 관심이 상대가 아닌 내가 된다. 내 필요를 더 말하고 내 생각을 더 관철하려 한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사순시기를 보내고 맞이하는 부활절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사흘 후에 부활하신 부활 사건이 시작된 날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고난을 겪고 돌아가신 것이 아니다. 모든 인류를 위해 죽음이라는 가장 큰 고통을 넘으신 것이다. 사랑과 행복의 깊이가 깊어지면 `동일시 현상'이 나타난다. 나와 상대방을 동일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고통이 내 고통이 되고, 상대방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된다. 둘이 하나로 이어져 같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시 현상은 나에게서 시작돼 보통은 가장 가까운 가족까지만 확장된다. 그러나 예수님의 동일시는 가족을 넘어 인류까지 확장되었고, 하느님은 온 우주까지 확장하신다. 존재 자체가 진실한 사랑이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에게 부활의 기쁨을 주어야 한다. 내 필요를 넘어 다른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내 생각을 넘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공감해주어야 한다. 말과 대화로 이웃에게 힘을 주고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어야 한다. “여보 사랑해, 여보 고마워….” 오늘부터 당장 안젤라에게 해야 할 말이다. 사랑의 말, 배려의 말은 행복의 부활이라는 기적을 오늘 여기에서 보여 줄 것이다. 말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필요한 부활의 도구다.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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