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만 돌아오나?
연어만 돌아오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04.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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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고된 삶. 탈출구를 찾는다. 한 잔 술로, 감미로운 음악으로, 아님 사람으로 잠시나마 어루만진다.

그렇다고 상처가 아물지는 않는다. 그저 살기 위해 잊을 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3년. 견디는 것도 한계치에 이르렀다. 고통이 심하니 뒤돌아본다.

요즘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들이 레트로(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현상)라는 이름으로 추억을 소환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명품에만 오픈런(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가 구매한다는 뜻)이 있는 줄 알았는데 10여 년 전 출시가 중단된 빵을 사겠다고 뛰어다니는 일이 생겼다.

외환위기인 1998년 첫 선을 보였던`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지 40여 일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30대들이 열광하면서 전국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는 포켓몬빵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대형매장 앞에는`오픈런'행렬도 이어졌다. 웃돈을 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빵의 모양, 맛도 그대로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추억과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다. 스티커의 종류만 159종. 모든 스티커를 모을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되기보다 더 어렵다. 취업도, 결혼도, 자녀도, 내 집 마련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은 2022년 재출시한 추억의 띠부씰만은 오롯이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국내 토종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싸이월드'역시 다시 문을 열었다. 일명 미니홈피로 불렸던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돼 2000년대 이용자가 4000만명이 넘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나만의 가상공간을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구매해 배경음악도 깔고, 장롱과 책장도 배치했다. 2010년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2019년 서비스가 종료됐다. 그런데 싸이월드 운영사 싸이월드제트는 지난 2일 2년 6개월 만에 싸이월드 서비스를 재개했다. 싸이월드 재 오픈에 맞춰 IBK기업은행은`IBK 도토리통장'을 출시했다. 가입자 전원에게는 6월 이후 싸이월드 미니룸 아이템을 일괄 증정한다.

MZ세대들이 추억을 소환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경쟁 지향적인 사회로부터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기도 하다 보니 좀 더 아늑한 느낌의 옛 SNS에 흥미를 가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든 현실. 빛나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빚만 남은 처지에서 소환할 추억이라도 있으니 다행 아닌가.

추억으로 고통을 이겨내려는 청년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선거용으로`고향'을 소환한다.

경기도에서 4선 의원을 지낸 김영환 전 국회의원(국민의힘)은“서울로 유학갔던 충북의 아들 김영환이 그동안 경험하고 쌓은 역량을 고향 발전과 도민 행복을 위해 쏟아 붓겠다”며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에서 3선을 역임한 이혜훈 전 의원(국민의힘)은 부친의 고향인 제천인 점을 거론하며 “제천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치인이 되면서부터 충북 심부름을 했다”고 피력하고 있다.

충북에서 살았던 날보다 떠나있던 날이 많은데 고향을 지키겠다고 나선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더불어민주당)도 충북 영동이 본적인 점을 앞세워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인구 감소로 충북의 일부 군은 소멸을 걱정한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도내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음에 긴장한다.

정치인들이 고향을 걱정하는 마음은 선거 때만 발현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들은 또다시 놀던 물로 돌아갈 것이 뻔한데. 연어는 생을 마감할 때 타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데 정치인의 모천(母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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