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er's high? Learner's High!
Runner's high? Learner's High!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2.04.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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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바람이 부드러워졌다. 새벽 공기는 아직 차갑지만, 이내 몸이 더워지고 땀이 흐르니 차가운 공기가 외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달리기는 여전히 최애 운동이다. 수년 달렸으면 달리는 거리나 속도가 늘어야 할 텐데, 인대 통증을 핑계로 한동안 달리기를 쉰 탓인지 아니면 몸의 노화가 달리기 능력 성장보다 빠른지 최근 달리는 속도도 거리도 외려 줄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달리는 기쁨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달리는 사람들 특히 마라토너들은 일정 거리를 넘어설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달리기 애호가들이 느끼는 이런 도취감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러너스 하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J 맨델(Arnold J Mandell)이 1979년 발표한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약 30분 정도가 지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팔다리가 가벼워지며 리듬감이 생긴다. 그러고는 피로도 사라지며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다고 맨델은 설명했다.

러너스 하이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학자 모두가 동의하는 답은 아직 없다. 여러 가설이 있는데 일부 연구에 따르면 운동을 하면 아편, 모르핀 등 중추 및 말초신경에 작용하는 오피오이드 펩티드가 분출된다고 한다. 이 물질이 진정 및 통증 가라앉힘은 물론 기분도 좋게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장거리 달리기가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러너스 하이가 온다고 주장한다. 운동을 오래하면 노르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하면서 우울증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러너스 하이의 원인은 일명 `웃음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엔돌핀(endorphin)이다. 엔돌핀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엔돌핀은 산소를 이용하는 유산소(aerobic) 상황에서는 별 증가를 보이지 않다가 운동 강도가 높아져 산소가 줄어드는 무산소(anaerobic) 상태가 되면 급증하게 된다. 인체가 고통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기분이 나쁠 때에도 분비된다고도 알려져 있다. 일정거리 이상을 달리면 운동 강도 증가로 무산소 상태에 이름은 물론 몸도 고통스러워지게 되므로 엔돌핀이 자연스럽게 분비되면서 러너스 하이에 이른다는 것이다.

결국 달리기의 최고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 이상을 일정 강도 이상으로 달려 몸에서 여러 물질이 분비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심장 박동수를 분당 120회 이상으로 하여 보통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

화요일마다 만나는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 세 명에게 매주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한 학생이 입학 한 달 만에 공부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며 힘이 든다고 했다. 2년의 석사과정을 마라톤 풀코스라고 하면 이 3월 한 달은 이제 1.8km나 되려나?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일 힘들다. 아직 엔돌핀이든 펩티드든 노르에피네프린이든 몸에서 생성되는 물질은 없이 몸의 에너지만 죽기 살기로 온전히 써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심박수 120 이상, 30분 이상 뛰게 되면 우리 몸은 여지없이 피로를 덜며 행복을 만드는 물질을 분비해줄 것이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는 공부의 기쁨을 유다이모이나(Eudaimonia)라고 했다던가? 우리 영혼의 기쁨 말이다. 그런데 이 공부의 기쁨은 최고의 선이라 불린다. 이 기쁨은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이고 또 일생에 걸쳐 인간의 삶 전체를 통해 의미가 드러나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부에 한 발을 내딛은 내 강의실의 세 청년이 공부에서의 그 기쁨, 러너스 하이(Learner's High)에 도달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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