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술꽃나무를 찾아서
완도술꽃나무를 찾아서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22.04.0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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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완도 인근의 무인도에 완도술꽃나무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긴 겨울을 지내고 모처럼 꽃을 찾아 떠나기에 설렘과 기대감에 부풀어 출발한다.

완도술꽃나무는 원래 통조화라고 불리던 식물이다. 통조화는 일본의 난·온대에 사는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2017년) 완도 인근의 섬에 자생한다는 것이 알려져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미기록종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새로 등록하면서 꽃차레(꽃이 달리는 순서) 모양을 보고 장식용 실을 의미하는 `술'과 국내 최초 발견지역 이름을 넣어 완도술꽃나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한다.

미기록종의 경우 처음으로 식물학회지에 보고하는 사람이 이름을 지을 특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두 해 전에 완도 수목원에 심겨진 수그루를 봤었는데 이번엔 자생지에서 암수 모두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출발.

이른 아침 숙소를 출발해 섬에서 섬을 지나 작은 항구에 도착하여 배를 탔다. 반 시간 정도 지나 생일도에 도착해 낚싯배를 탔다. 또 반 시간 정도 지나 목적지인 무인도에 일행을 떨구고 배는 돌아간다. 무인도라 길은 없고 내가 가는 길이 새로 생기는 길이다. 숲길이 어렵다고 해안가로 내려왔는데 바위투성이를 지나니 아찔한 절벽. 간신히 발걸음을 옮길만한 바위를 밟고 가슴 높이의 절벽 위를 넘어가기엔 몸이 너무 무겁다. 발밑은 까마득한 절벽. 그 아랜 바닷물.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든다. 바짝 붙은 뒷사람들 때문에 돌아가기는 더 어렵다. 먼저 올라간 날렵한 후배들이 당겨주는 바람에 간신히 넘어가기 성공.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너를 만나야 한단 말이냐?

그렇게 고생 끝에 만난 완도술꽃나무. 암·수를 보면 모두 양성화로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암꽃은 작은 수술이 있는데 겉에서 보면 암술머리가 뚜렷하게 보이고 씨방이 잘 발달 되어 있다. 수꽃은 암꽃에 비해 꽃밥이 잘 발달 된 수술이 뚜렷하게 보이고 가운데 암술머리가 보인다.

암·수 모두 양성화이지만 암꽃에는 열매가 많이 달리고 수꽃은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일행 중 한 분이 수그루에 달린 열매를 찾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벽하게 암·수 구분되지 않는 그런 특이한 종이다. 아마도 양성화에서 단성화로 진화하는 중간단계의 식물이 아닐까? 아니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어쨌건 이 식물은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이던, 정해진 방향이던 오늘도 진화하고 있지 않을까?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는지는 먼 훗날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해안가로 돌아가기는 절벽이 너무나 큰 장애물. 숲을 헤치며 돌아오는 길. 돌 굴러 가유. 이런! 발을 움직일 수 있어야 피하지. 방기 줄기가 등산화에 꼬여 움직이지 않으니. 쿵! 돌보다 뼈가 단단하기에 다행이다. 무릎 근처에 약간의 상처뿐이다. 그래도 상쾌한 숲길이다. 여기 완도술꽃나무의 어머니쯤 되는 오래된 나무도 보고, 박달목서, 육박나무, 황칠 채취로 상처 난 고목의 황칠나무, 보기 어려운 나도은조롱에 이쁜 식나무 열매까지. 그리고 자연산 갯기름나물(방풍나물) 한 줌까지 얻으니 무공해 자연이 좋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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